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고양·의왕·의정부 시장과 함께 지난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합동 브리핑을 위해 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제 의왕시장, 박상우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이동환 고양시장, 김동근 의정부시장.[연합]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합동 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5일 발표한 주택공급 신규택지 후보지에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가 포함돼 화룡점정이 되고 있다.
서리풀지구는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서울 강남 생활권이다. 이 지구는 서울 주택공급 확대는 물론, 청년과 신혼부부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서울시의 회심의 카드다.
서리풀지구는 같이 발표된 고양 대곡 역세권 지식융합단지 199만㎡(9400가구), 의정부 용현지구 81만㎡(7000가구), 의왕 오전왕곡지구 187만㎡(1만4000가구)에 비해 규모도 221만㎡(2만가구)로 가장 크다.
이 중에서 서리풀지구는 신분당선(청계산입구역), GTX-C(양재역)과 연계돼 쾌적한 자연환경은 물론, 뛰어난 교통환경까지 확보하고 있다. 판교, 분당, 용인, 동탄 등 수도권 남부 주요 생활권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상당히 높은 경쟁률이 예상된다.
지난 7월 송파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의 300가구를 미리내집 1호로 공급한 결과 6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정부와 서울시는 서리풀지구에 공급되는 2만 가구 중 1만1000가구에 대해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여년전 처음 도입한 장기전세주택의 1.0 버전이 주변 시세보다 싸게 오래 거주할 수 있는 시프트(Shift)라면, 이번에 공급되는 장기전세주택은 버전 2.0인 ‘미리내집’이다.
미리내집은 기존 시프트와 달리 20년 후 거주 중인 집을 시세 대비 10~20%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다.
장기간 살 수 있되 구매할 수 없던 시프트와 달리 거주하며 분양의 희망도 키워갈 수 있는 게 미리내집이다.
신혼부부 때는 최장 10년 거주할 수 있고, 자녀를 한 명 출산하면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다. 자녀를 두 명 낳으면 살고 있는 집의 우선매수권이 생긴다. 자녀를 두 명 이상 낳을 경우 10년 차부터 더 넓은 평형으로 이주할 수 있다.
서울에서도 유망지인 서리풀지구에 1만1000여가구의 미리내집이 조성됨에 따라 신혼부부들에게 확실한 자녀 출산 동기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알짜배기 땅으로 불리는 서리풀지구의 절반 이상을 미리내집으로 조성하기로 한 건 국가적 중대사로 떠오른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시의 강력한 의지다.
현재 서울 면적의 24.6%인 149.09㎢ 규모 부지가 서울 그린벨트다.
이 중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서리풀지구를 이번 신규 택지 지구에 포함시킨 건 주택공급과 더불어 저출생 즉효 대책을 내놓기 위한 고심의 결과다. 청년층, 신혼부부 등 출산을 앞둔 세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택지를 즉시 내놓아야 할 정도로 국내 저출산 현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오 시장은 ‘(서리풀지구의) 장기전세주택 비중이 55%인 것이 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주택 가격 안정과 물량 확대가 최대 화두인 저출생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축이라는 점에서 절반의 물량을 배분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오랫동안 유지한 개발제한구역의 해제를 결단한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했다”면서 “저출생과 연관 지어 서울시 의지가 물량에 반영됐다고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또 서리풀지구를 선정한 배경에 대해 “해제 구역 최소화와 이미 훼손된 지역이라는 두 원칙에 들어맞았고 이미 대중교통 시스템이 들어가 있어 추가 재원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 “주거지로서 주변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어 누구라도 주택가 한가운데 들어간다는 푸근한 마음으로 입주할 수 있는 곳”이라고도 했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미리내집 1000여가구를 공급하고 내년 3500가구, 2026년 4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또 이번 서리풀지구 택지 개발을 통해 2031년부터 1만10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미리내집을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가족·육아 친화적 주거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어린이집, 서울형 키즈카페, 물놀이 놀이터 등 아이 돌봄에 필요한 시설과 환경을 지원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서울의 출생아 수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낸 점을 언급하며 “어렵게 살려낸 희망의 불씨를 더 크게 키울 수 있도록 정부와 적극 협력해 미래세대를 위한 주거를 우선으로 공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