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다음 순방 일정에 동행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변화’와 ‘쇄신’의 첫걸음을 뗐다. 제2부속실이 직제상 공식 출범하면서 역할을 시작했고, 윤 대통령 부부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도 교체하기로 했다.
전날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직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1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대통령실은 8일 여론을 주시하면서 쇄신의 모습을 통해 국민의 신임을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8일 취재진과 만나 기자회견 직후 지지율이 17%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어제 담화는 대통령과 대통령실 입장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공통된 기본적 인식 갖고 한 것으로, 그런 인식에 기반한 변화·쇄신을 시작했고 앞으로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며 “변화를 통해서 우리가 국민 신뢰, 신임을 얻도록 치열하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김 여사 행보에 대한 방침이 정해졌다. 고위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는 이달 중순 예정된 순방에는 동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정은 전날(7일) 윤 대통령의 담화 및 기자회견의 후속조치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여론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외교 관례상, 국익 활동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판단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했고,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향후 외교 일정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상대국 정상 부부가 참석하는 경우가 많은 국빈외교 일정에서 영부인이 참석하지 않는 것이 국격에 맞는지에 대한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순방을 제외한 대외 활동에 대해서도 이러한 원칙에 의거해서 결정할 예정이다. 실제로 올해에는 별도의 김 여사의 일정을 계획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전날 장순칠 제2부속비서관을 임명하면서 여사 일정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이 공식 업무를 재개했다. 제2부속실은 직원 사무실과 외국 정상의 부인과 대화할 수 있는 접견실로 구성됐다.
아울러 윤 대통령 부부의 개인 휴대전화도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공적인 소통에 중점을 두면서 비공식적 소통을 줄여나가겠다는 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취임 전 쓰던 휴대전화를 계속 사용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즉각즉각, 생생하게 봐야 된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고 설명하며 “국민들이 걱정하고 속상해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적 쇄신과 관련해서는 내각을 비롯해 고위급 인사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다만 현재 예산국회가 진행 중이고 미국 정세와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전쟁 상황에서 인사 교체로 대응에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해 시기를 조절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 벌써부터 인재 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이 들어가 있다”면서도 “내년도 예산안 집행, 미국 대선 대응 등을 감안해 시기는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해 자체적인 평가를 언급하기보다 여론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논란과 명태균 씨 문제와 관련해 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설명했고, 평소에 가진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달 말 예정됐던 소통 행사는 그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형식은 기자회견이 아닌 국민과의 소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해 8일 발표했으며 11월 1주 차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17%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조사 대비 2%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1.8%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