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북부의 자발리아 난민 캠프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아이를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안고 가고 있다.[AFP]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미국에서 ‘트럼프 2기 집권’이 확정된 직후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 강화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6일(현지 시간) “레바논에서 전투를 계속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중이며, 여기에는 (지상) 작전의 확대와 심화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침공 지상작전은 10월 초에 개시됐으며, 지금까지 지상작전 범위는 국경선에서 약 3㎞ 거리에 띠 모양으로 분포된 접경 마을들에 집중돼 있었다. 다만 폭격은 레바논 전역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할레비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베카밸리, 베이루트, 시리아 등 모든 지역의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계속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공세 강화와 함께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사이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할레비 참모총장이 이런 발표를 내놓은 6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날이다. 이어 다음날인 7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공격 지상작전을 이 지역 북부의 베이트 라히아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 마을 근처 자발리아 난민촌에는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전투원들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테러리스트들과 테러리스트 인프라가 존재한다는 조짐’을 베이트 라히아에 대한 지상작전 수행 이유로 들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미츠페 라몬 인근 육군 기지에서 열린 제70차 군 전투 장교 코호트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
이제 임기가 2개월여 남은 미국의 조 바이든 현 행정부는 최근 수개월간 가자와 레바논에서 휴전협상을 중재하려고 노력해왔으나 실패했다.
그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전쟁 목표에 바이든보다 트럼프 당선인이 더 협조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트럼프 당선을 원한다는 점을 거의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당시 자신이 “역사상 가장 친(親)이스라엘 대통령”이라고 말했으며 실제로 그런 행보를 보였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텔아비브에 있던 미국 대사관을 이스라엘의 희망대로 2018년 예루살렘으로 이전해줬고, 2019년에는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공식 인정해줬다. 이어 2020년에는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 국가들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가져온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에서 별다른 실질적 희생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었다. 이 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졌고 확전이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은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고립주의적 반전(反戰) 성향을 갖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미군 병력 해외 투입이나 외국에 대한 무기지원을 계속하기를 꺼릴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이 점이 이스라엘에 어떻게 적용될지가 네타냐후에게는 위험요인이라고 관측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트럼프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중동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친이스라엘 정책을 폈지만, 2기에서는 쿠슈너가 배제될 공산이 크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지고 바이든이 이겼을 때 네타냐후가 외국 지도자들 중 가장 먼저 바이든 승리를 축하해준 데 대해 트럼프가 감정의 앙금을 품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7일(현지 시간) 예루살렘에서 한 여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를 축하하는 현수막 아래로 걸어가고 있다. [AFP] |
이런 요인들 때문에 오히려 휴전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루살렘 소재 유대민족정책연구소의 슈무엘 로스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2기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은 1기와는 다를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보면 이스라엘이 적들에게 힘을 마구 휘두르도록 허용할 뜻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고립주의 성향이 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이스라엘 측의 생각을 잘 아는 익명 취재원을 인용해 “네타냐후와 트럼프 사이에는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서로 협조한다는 이해가 있다”며 네타냐후가 트럼프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까지는 레바논과 가자에 대해 주목할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기다릴 것이라는 전망을 전했다.
헤즈볼라 소속 의원인 이브라힘 알-무사위는 로이터통신에 “레바논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이라면 어떤 것이든 환영하는 것이 우리(헤즈볼라) 입장”이라면서도 특별한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그는 “(미국) 집권당이 누구인가에는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스라엘에 관해서는 정책이 대동소이하다”며 “(휴전을 위한 실제) 조치와 결단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무장 단체 하마스 간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6일(현지 시간) 국방부 장관 해임 후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인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
트럼프 2기의 대(對) 중동 정책 중 가장 불확실성이 큰 지점은 대(對)이란 정책이다. WSJ는 트럼프가 집권 1기 때는 이란에 대해 핵폐기 압박과 경제제재 등 확실히 매파적 태도를 취했으나 2기에는 불확실하다며, 이는 외교정책에 대한 구상이 서로 다른 인사들이 트럼프 주변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미국의 적들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주장하는 ‘안보 매파’, 중국이야말로 미국의 힘과 영향력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보는 ‘중국 대응 우선파’, 미국이 해외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고립주의파’ 중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정책이 달라지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