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미국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여느 자산과 마찬가지로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가격의 주된 변수였다. ‘트럼프=가상자산 규제완화’라는 선명성이 강화되면서 시장은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베팅했다.
8일 헤럴드경제가 미국 대선 주요 7개 국면과 비트코인 가격을 비교한 결과, 트럼프 당선 가능성과 비트코인은 동조화를 보였다. 첫 번째 주요 국면인 대선 후보 간 첫 TV 토론(6월27일·현지시간) 후 비트코인은 3일 간 4.12% 올랐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여론조사 상 트럼프 당선인은 판정승을 받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오퍼레이션 초크포인트 2.0’,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사업을 어렵게 하는 수탁업 의무회계 지침(SAB121) 등 규제를 강화했다. 반면 가상자산에 친화적 입장을 보인 트럼프 당시 후보로 판세가 기울자 비트코인은 상승세를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 피격 사건(7월 13일) 후 지지율이 50%를 넘어서자, 비트코인은 다시 상승했다. 이틀 뒤(7월 15일) 트럼프 러닝메이트(부통령)에 가장자산 지지 입장을 꾸준히 밝힌 J.D. 밴스 미연방 상원의원이 낙점됐다. 이에 트럼프 캠프의 친(親) 가상자산 선명성도 한 층 강화됐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사퇴 압박이 거셌던 시점이었다. 비트코인은 이 무렵 6일(7월 12~16일) 연속 상승하며 13.45% 올랐다. 이후 트럼프 당선인이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7월 27일)에 참가해 “미국이 가상자산 수도” 발언을 하자 0.61% 소폭 상승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물러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8월 2일)되면서 대선판이 뒤바뀌자 비트코인은 하락세를 보였다. 해리스 부통령이 ‘허니문 효과’로 트럼프 후보를 여론조사 상 앞질렀던 시기다. 비트코인은 이 무렵 4거래일(8월 2~5일) 간 17.43% 감소했다. 다만 이 기간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전세계 증시가 폭락장(8월 2·5일)을 맞으며 비트코인 등 가산자산 시장도 급락했던 시기다.
좀처럼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언급하지 않던 해리스 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가상자산 산업 지원을 언급하자(9월 22일) 비트코인은 1.46% 반등했다. 트럼프 캠프의 가상자산 선명성이 옅어지면서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기대감이 고조된 시기로 풀이된다.
대선이 임박하면서 초접전 양상을 보이자 비트코인은 하락세를 탔다. 미 선거 통계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대선 직전인 지난 4일 기준 두 후보 간 전국 지지율은 48.5%로 동률이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7대 경합주에서 앞섰다는 소식이 겹치면서, 비트코인은 6일(10월 30일~11월 4일) 동안 6.71% 하락했다. 개표 결과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6일 하루만에 8.96% 급등했다. 비트코인은 연달아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날 9시 53분 기준 비트코인은 7만6070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의 친 가상자산 정책 하에 비트코인 지속 상승 전망이 나온다. 파디 아부알파 코인쉐어 리서치 책임자는 "트럼프 당선으로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에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10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디지털 자산 글로벌 책임자 제프 켄드릭은 "트럼프가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고 비트코인을 국가 준비금으로 조성하면 비트코인은 날개를 달 것"이라고 했다. 유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