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시 소금보다 설탕을 먼저 넣어야 맛이 좋다. [123RF] |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왜 설탕이나 올리고당 같은 단맛 양념을 마지막에 넣었어요?”
요리연구가 백종원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식당 주인에게 지적했던 말이다. 소금이 설탕보다 먼저 들어가면 단맛이 겉돈다는 이유였다. 백종원은 “대부분 설탕을 제일 먼저 넣는다”고 요리팁을 전했다.
같은 양념이라도 요리에 들어가는 순서에 따라 음식의 맛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순서는 ‘설탕-소금-식초-간장-된장(고추장)-일반 조미료’ 순이다.
일부 설탕 제품의 포장지 뒷면에도 이 순서법이 적힌 안내 문구를 볼 수 있다. “설탕은 입자가 크기 때문에 빨리 넣어야 재료에 단맛이 골고루 스며든다”는 설명도 적혀 있다.
실제 양념 순서법은 과학적인 접근 방식이다. 양념마다 분자 구성이 다른데, 설탕은 분자들이 강하게 결합돼 있는 덩어리다. 입자가 소금보다 훨씬 커서 음식에 스며드는 속도가 느리다. 설탕을 가장 먼저 넣어야 재료에 단맛이 골고루 스며든다.
또한 설탕은 재료를 팽창시켜 부드럽게 만들기 때문에 이후 넣는 양념이 재료에 잘 배게 만든다. 미카엘 로빈(Mikael Robin)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총괄셰프는 “단맛은 요리의 쓴맛과 산미, 매운맛을 균형 있게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설탕 제품에 표기된 요리 순서법(왼쪽), 설탕 [SNS, 123RF] |
반면 소금은 재료를 꽉 조이게 만든다. 재료 속 수분을 밖으로 내보내고 맛 성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그래서 소금을 가장 먼저 넣으면, 설탕이 재료 안으로 들어가기 어렵다.
식초와 간장은 요리 중간에 넣으면 적절하다. 초기에 넣으면 금방 신맛이 날아가 버린다. 다만 식초의 산미가 필요한 음식이라면 마지막에 넣는 것이 낫다. 액체인 간장 역시 분말 형태인 설탕과 소금이 모두 녹은 후에 넣어야 좋다. 설탕보다 먼저 넣으면 설탕의 단맛을 방해한다.
된장은 음식의 풍미를 위해 나중에 넣는다. 된장을 센불에서 가열하면 특유의 향과 감칠맛이 날아간다. 요리 후반에 된장을 넣고 한 번에 끓여내는 것이 좋다.
후추도 마지막에 뿌린다. 미카엘 총괄 셰프는 “스테이크 등 불에 직접 가열하는 요리에선 소금을 조리 전에 뿌리고 후추는 나중에 뿌린다”며 “소금은 열에 타지 않지만, 후추가 타면 쓴맛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허브나 오일 역시 은은하고 섬세한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요리 마지막에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카엘 셰프는 “양념마다 성분이 다르므로 적절한 순서로 넣어야 더욱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며 “조리 과정에서는 항상 맛을 보면서 최적의 양념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