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경로대로 내려가는 美금리, 한국은? “트럼프 효과 무시 못해…이달 말 추가 인하 불투명”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이어 이번에 추가로 0.25%포인트를 낮추면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1.50%포인트로 줄어 들게 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금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 수위는 다소 낮아졌지만 이달 말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내에 국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기는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대로 안정된 물가와 0.1%에 그친 3분기 경제 성장률 충격 등이 연속 금리 인하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최근 1400원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면서 달러 가치가 큰 폭 변동성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기존 예상됐던 시나리오대로 연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고, 우리나라는 동결에 그칠 수 있다. 이럴 경우 한·미 금리차는 1.25%포인트까지 줄어든다.

8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7일(현지시간) 이틀간 진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4.75∼5.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9월 FOMC 회의 결과 4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이후 두달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것이다.

한국(3.25%)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이에 1.50%포인트로 다시 줄었다. 한미 금리차는 지난 9월 18일 연준의 빅컷 이후 1.50%포인트로 줄었으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낮추면서 다시 1.75%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번 인하는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연준은 지난 9월 FOMC 회의 후 내놓은 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추면서 연내 0.5%포인트 추가 인하를 예고했다. 속도는 11월과 12월에 0.25%포인트씩 낮추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까진 이 시나리오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일단 연준은 이 흐름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시장도 일부 반응 했지만, 실제로 당장 실현된 위협이 아니다. ‘트럼프 효과’는 관세 인상 등 공약이 시행되는 시점에서야 직접적 압력으로 작동하게 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리 인하 제약 요인일 뿐, 단기적 흐름에서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한은 현지정보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2월 회의에서 추가 0.25%포인트 인하가 여전히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며 “현재 연준의 정책은 예측 기반이 아닌 데이터 기반인 만큼 예상대로 정권 교체에 따른 재정 및 관세 변화에 대한 사전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효과가 당장 연준 움직임에 제약을 걸진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금리가 따라서 내릴 가능성이 커진 것은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연준 움직임을 묶진 못했지만, 시장엔 분명한 반영이 있었다. 환율이 뛰고 1400원대가 무너지기까지 한 상황에서 한은 금통위가 쉽사리 움직이기 어렵다.

미국 대선 개표가 시작된 6일 원·달러 환율은 1404원까지 뛰었다. 약 7개월 만에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대를 다시 내줬다. 7일에도 1400원대에서 오르내렸다. 이날은 미국 금리 인하 효과로 1380원대를 나타냈지만, 9월 13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의 환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 금통위가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 환율은 다시 크게 뛸 수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이 우리나라 펀더멘탈(기초체력) 훼손과 결부되면서 추가적인 속도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분기 성장률은 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쇼크 수준으로 0.1%에 불과했다. 그 원인도 그동안 성장엔진이었던 수출이었다.

결국 오는 28일 한은 금통위가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하기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방향 결정 과정에서 환율 수준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도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글로벌 성장·물가 흐름과 주요국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세부내용 등에 따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한은 금통위가 통화완화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영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경기 악화보다 환율 상승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는 만큼 11월 한은은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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