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은 지난달 인도 뭄바이에서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철강, 이차전지소재, 재생에너지 분야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진은 장인화(오른쪽) 포스코그룹 회장과 사잔 진달 JSW그룹 회장. [포스코그룹 제공] |
국내 철강업계 ‘빅 2’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14억명의 인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인도를 소비시장을 넘어 생산거점으로 삼아 글로벌 영향력을 넓히는 전초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도 철강시장은 매년 매년 6~7%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 철강시장의 수요는 올해는 1억톤, 2030년에는 3억톤 규모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기준 인도의 도시화율은 36.4%로 세계 평균(57.3%) 대비 낮아 향후 인프라 사업이 활발히 전개될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자동차 보급률도 8.5%에 불과해 잠재적인 철강 수요가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 업체들도 이 같은 인도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 현지 진출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포스코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달 직접 인도를 찾아 현지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합작 제철소를 건설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그동안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국가에 일관제철소를 두고 있던 포스코가 새로운 생산 기지로서 인도를 선택한 것이다.
포스코는 현지에 10조원(포스코그룹이 절반 부담)을 투자해 자동차용 강판 등을 연 500만톤을 생산하는 생산시설을 짓는다는 방침이다.
그간 포스코는 수차례에 걸쳐 인도 시장의 문을 두드려 왔다. 시작은 2005년이었다. 포스코는 ‘철강산업의 꽃’으로 통하는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해 인도 오디샤와 합작하면서 현지 진출을 시도했다.
현지의 직접적인 철강 수요를 끌어모으기 위해 앞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틸레가온 공장(현재 현대자동차 공장)이 위치했던 마하라슈트라에 자동차 강판공장 건설을 추진한 포스코는 2012년 5월에는 도금공장, 2015년 1월에는 2냉연공장을 연이어 세우며 세를 넓혔다.
일관제철소 건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2016년 인도의 SAIL, 2021년에는 인도 RINL사와 각각 MOU를 체결했지만, 양사의 갑작스러운 민영화로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렸다. 2022년에도 인도 아디니사와 일관제철소 건설을 준비했지만, 인도 증시가 한꺼번에 폭락한 ‘힌덴버그 사태’의 여파로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포스코의 투자 의지는 인도 정부의 모디 총리가 규제개혁과 외자유치 등에 열을 올리면서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졌다. 이번 MOU도 모디 총리의 규제개혁에 따른 성과로 평가 받는다. 여기에 포스코가 그동안 포스코마하라슈트라 공장을 운영하며 약 10여 년간 축적한 인도시장에 대한 비즈니스 노하우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포스코그룹과 JSW그룹은 이번 MOU 체결에 따라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합작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비롯해 이차전지소재와 재생에너지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데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JSW스틸(지난해 생산량 2350만톤·15위)은 인도 타타스틸(3020만톤·10위), SAIL(1790만톤·21위)과 더불어 인도 철강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업체 가운데 하나다. 생산량이 수천만톤에 달하지만 오랜 시간 철강제품을 생산해 온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는 고급강 생산에 있어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도 내 철강 수요가 커지면서, 고급강에 대한 수요도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JSW스틸의 경우 포스코그룹과의 합작을 통해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현지 시장에서 타타스틸, SAIL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인화 회장은 “JSW그룹과 함께 한·인도 양국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친환경 시대로의 전환을 선도해 나가길 기대한다”며 “경제 블록화를 극복하고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철강 상공정 중심의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등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 투자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급강 위주로 포스코는 철강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일관제철소 건설로 인한 공급과잉 문제도 없을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철강수요 증가세가 매년 인도에서 1500만톤 가량씩 증가하고 있어 향후 수요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이 차량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현대제철은 글로벌시장에서 현대차가 생산하는 차량에 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
현대제철 역시 인도 시장 공략에 잰걸음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3분기 인도 푸네에서 연간 23만톤의 생산이 가능한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착공했다. 해당 시설은 내년도 2분기(4∼6월) 설비 설치 및 시험 생산에 들어간 후 3분기부터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방침이다. 현장에서 생산된 자동차 강판은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푸네 완성차 공장에서 사용된다.
인도 정부는 2017년 철강을 규제 완화사업으로 지정하고, ‘국가 철강 정책(National Steel Policy)’을 발표했다.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확장 속도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철강산업 장려에 투입한 금액은 2017년~2023년까지 7년간 무려 10조원 규모에 달한다. 올해 생산능력도 2017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철강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국내건설업 호황과 인프라 투자로 늘어나는 수요로 철강 순수입국이 됐다. 올해는 830만톤의 철강 완제품을 수입했다. 앞으로도 GDP 성장률이 높고 건설 및 자동차 부문의 탄탄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 당분간 철강 수입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도 시장에서 한국 철강 제품은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인도의 철강 수입대상국은 ▷한국(246만톤) ▷중국(132만톤) ▷베트남(99만톤) ▷일본(91만톤) ▷러시아(40만톤) 순이다. 우리 기업이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은 열연 코일 및 스트랩, 냉연 스트랩, 아연도금 판재 및 코일 등이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친환경 철강 분야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올해 모디 정부가 발표한 비전 2047에 따르면 인도정부는 2047년까지 국내 철강 생산량을 연간 5억톤으로 3배가량 증설하고 생산 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₂) 양을 조강 1톤당 2.5톤에서 2.25톤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14억명에 달하는 인구 규모에 비교해 도시 곳곳에 여러 인프라 투자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는 곧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임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시장에서의 적극적인 투자와 양질의 철강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이 조화를 이룬다면, 한국 철강 기업도 현지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