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트랜시스 노조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제공] |
지난해 회사가 거둔 영업이익의 2배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한 달째 파업 중인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협력사 직원들의 “파업을 멈춰 달라”는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택가에서 이른바 ‘민폐 시위’를 다시 강행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10여 명은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과 인근 주택가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동원한 시위를 벌였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 6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하면서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정기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매출액의 2%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총액은 약 24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현대트랜시스가 거둔 전체 영업이익(1169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기 위해 현대트랜시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전액을 성과급으로 내놓는 것도 모자라 이에 맞먹는 금액을 금융권에서 빌려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노조의 주장은 무리한 요구에 가깝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양보 없는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민폐 시위’를 포함한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집회·시위는 지난달 26일과 28일, 29일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아울러 파업은 32일째(8일 기준) 이어가고 있다.
특히 7일 주택가에서 벌어진 시위는 현대트랜시스 800여 개 협력사 임직원들이 심각한 경영위기를 호소하며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진 직후 하루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계의 반응은 싸늘한 상황이다.
현대트랜시스에 자재와 부품을 납품하는 충남 서산 소재 1~3차 중소 협력사 임직원 300여 명은 지난 6일 산시청 1호광장과 중앙호수공원 등 시내 주요 지역에 모여 “장기 납품 중단으로 생사기로에 놓였다”며 생산 정상화를 절박하게 촉구했다.
결의대회에 참여한 한 현대트랜시스 협력사 대표는 “납품 중단이 시작되면 협력업체 대표는 직원들의 급여를 구하기 위해 자금을 확보하러 외부로 다녀야 한다”며 “자금을 확보한다고 해도 높은 이자로 인한 경영손실은 고스란히 협력업체의 몫”이라고 호소했다.
주택가와 도로 인근에서 벌이는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피해도 확산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20여 명은 지난달 26일과 27일, 같은 달 29일 오전에도 한남동 정 회장 자택을 비롯한 인근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8일에는 노조원 1000여 명이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앞 4차선 도로 중 3개 차선을 가로막은 채 대규모 집회를 강행, 수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서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