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으로 돌아가”…미국 대선 이후 여성 혐오표현 급증

지난 11월 5일 미국 선거일에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마련된 한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오가고 있다.[AP=연합]

지난 11월 5일 미국 선거일에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마련된 한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오가고 있다.[AP=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미국 대선 이후 온라인에서 여성을 향한 괴롭힘과 학대, 혐오 표현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에 따르면 지난 5일 대선 직후 24시간 동안 엑스(X·옛 트위터), 틱톡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성 혐오 표현이 급증했다.

엑스에서 ‘너의 몸 나의 선택(your body, my choice)’, ‘주방으로 돌아가(get back to the kitchen)’ 언급이 4600% 늘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을 쓰는 혐오 표현도 대선 당일에만 4만2000여개 계정에서 6만4000회 이상 언급됐다.

너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말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지지하는 ‘나의 몸,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을 비꼰 표현이다. 주방을 언급한 것은 전통적 성 역할을 강요하며 가정 내 여성의 위치로 돌아가라는 의미가 담겼다.

미국 백인 민족주의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인플루언서 닉 푸엔테스가 초기 선동가 중 한명으로 보인다고 ISD는 분석했다. ‘당신의 몸, 나의 선택. 영원히’라 쓴 그의 엑스 게시물은 350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페이스북서도 ‘너의 몸 나의 선택’ 문구는 현재 인기 키워드를 알려주는 ‘트렌딩(trending)’에 올랐다. 틱톡에선 여성 이용자들 계정에 이 문구를 쓴 댓글이 무더기로 달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여성 참정권을 보장한 미 헌법 제19조 개정안을 폐지하라는 주장(repeal the 19th)도 다시 등장, 전주보다 446% 늘었다.

학교 현장에서도 여성 괴롭힘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한 학부모는 딸이 대학 캠퍼스에서 ‘너의 몸 나의 선택’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들었다고 페이스북에서 전했다. 한 레딧 이용자는 캠퍼스에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복장의 남성 무리에게 ‘네가 속한 곳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썼다.

이 같은 현상은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혹은 여성혐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재생산권이나 성평등 요구에 대한 승리로 해석하며 더욱 대담해진 영향으로 ISD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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