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되는 환자 옆에 응급실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의정 갈등으로 응급실 의사가 줄면서 올해 응급실 이용 환자가 평년보다 60%가량 줄었다는 현장 응급의학과 교수의 증언이 나왔다.
이성우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10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주최로 열린 제41차 온라인 종합학술대회에서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올해 2월부터 응급실 환자 수가 평년 대비 60% 줄었다"며 "이번 달에 평년 대비 50% 수준으로 조금 회복했지만, 여전히 나머지 절반의 환자는 어딘가에 (방치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월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시작된 시점이다.
이 교수는 고령화로 인해 응급실 과밀화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각 응급의료기관에서 7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응급실로 들어온 고령 환자들은 입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 과밀화는 응급실 체류시간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75세 이상의 응급실 체류 시간은 75세 미만의 2배 가까이 된다"며 "고령화는 응급실 과밀화와 굉장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75세 미만 환자의 응급실 평균 체류 시간은 2.4시간인데 반해 75세 이상은 4.5시간이었다. 이 교수는 환자들이 중증도와 상관 없이 대형병원을 찾는 현상도 지적했다.
그는 "권역센터 이용자의 절반이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 4, 5에 해당하는 경증 환자"라며 "환자가 자신의 중증도에 맞는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전원체계를 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근무 강도가 높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기피하는 현상 때문에 앞으로 응급실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근무하는 응급실 전담 전문의는 2022년 440.4명에서 지난해 444.8명으로 4명가량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전담 전문의는 937.1명에서 1025명으로 90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 교수는 "이는 응급의료에서도 권역센터보다 상대적으로 덜 힘든 지역센터로 전문의가 쏠린다는 의미"라며 "의정 갈등으로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수련의가 96% 이상 빠진 상황에서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응급의학과 의사와 응급환자 최종 치료에 관련된 필수 진료과가 갑자기 붕괴하면서 응급의학과가 30년 전으로 회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