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킹달러’에 수입물가 들썩

지난달 원/달러 환율과 유가가 오르면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수입 제품의 가격이 한달 만에 2% 이상 높아졌다. 2개월 연속 안정됐던 수입물가가 다시 뛰기 시작한 것이다. 상승폭도 6개월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트레이드’로 환율이 천장을 뚫고 있는 와중에 수입물가까지 들썩일 조짐을 보이면서 통화당국의 운신 폭도 좁아질 전망이다.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건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에 따르면 10월 수입물가지수는 지난달과 비교해 2.2% 올랐다. 수입물가지수는 지난 8월(-3.5%) 석 달 만에 하락 전환한 뒤 9월 -2.6%로 두 달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으나, 10월 상승 전환했다. 상승폭도 지난 4월(3.8%) 이후 6개월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품목별로는 원재료는 광산품을 중심으로 전월대비 4.1% 상승했다. 중간재는 석탄및석유제품, 1차금속제품 등이 뛰며 1.6% 올랐다. 자본재 및 소비재는 각각 전월대비 0.5% 및 1.1% 상승했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원유 등 광산품을 중심으로 수입 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10월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61.00원으로 9월(1334.82원) 대비 2.0% 상승했고, 두바이유가도 같은 기간 배럴당 평균 73.52달러에서 74.94달러로 1.9% 뛰었다.

문제는 앞으로 수입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데 있다. 수입물가는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로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주간 종가보다 6.5원 오른 141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10월 수입물가의 환율 여건(1361.00원)보다도 환율 수준이 50원 가량이나 더 높다.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1403.5원으로 집계됐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1400원을 넘은 것은 지난 2022년 11월 7일(1401.2원) 이후 처음이다.

수입물가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물가가 뛰게 되면 통화정책 운신의 폭도 좁아질 수 있다. 그동안 물가는 안정된 흐름을 나타내 금리 인하 제약 요건이 아니었으나, 앞으로는 그 추이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향후 물가 상승 압박에 대해 “지난달과 비교해 유가가 하락했지만 환율은 더 올랐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도 커져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제유가는 전월 평균 대비 하락하고 있는 반면 원/달러 환율은 상승하고 있어 상방과 하방 요인이 혼재돼 있다”고 밝혔다. 홍태화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