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1’ 명동성당·조계사…수험생 가족 둔 시민들 간절한 발걸음[르포]

13일 오후 2시부터 조계사에서 100번째 수능 전 기도가 열렸다. 이 기도는 지난 7월부터 매일 이 시간에 진행되고 있다. 김도윤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건강하게 무탈하게 수능 잘 보게 해 달라고 마지막까지 간절하게 기도할 거에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던 김모 씨(74)는 손주를 위해 기도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는 수능 100일 기도가 열렸다. 조계사 혜원스님이 집전한 가운데, 학업 성취와 합격을 기원하는 기도문이 엄숙히 이어졌다. 수능을 앞둔 자녀를 둔 가족들은 이날 대웅전을 가득 메웠다.

조계사 초입에는 ‘고득점 발원 지혜 총명 연등’ 300개가 내걸렸다. 연등 아래 달린 금빛 서원지에는 수능시험 관련 소원문구가 빼곡하게 걸려있었다. ‘수능 대박 기원’, ‘고득점’, ‘의대 합격’ 등 각양각색의 소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특히 ‘지금까지 한 만큼 꼭 실력 발휘하길!’ ‘정신력 싸움에서 지지말자’ ‘항상 포기하지 않게 해주세요’와 같은 수험생이 직접 작성한 문구에서는 이들의 간절함 마음이 전해졌다.

13일 오후 2시부터 조계사에서 100번째 수능 전 기도가 열렸다. 이 기도는 지난 7월부터 매일 이 시간에 진행되고 있다. 김도윤 수습기자.

수험생 자녀를 둔 가족들은 대웅전 앞에 놓인 ‘수능 대박 기원초’를 켜면서 시험 당일 무사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온 고3 수험생 학부모 박모(51) 씨는 한 시간 넘도록 묵주를 꼭 쥔 채 간절히 기도했다. 그는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공부를 대신해 줄 수는 없지만, 기도라도 하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며 “묵묵히 공부해온 착한 아들이 수능을 잘 치러 앞길이 탁 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웅전 계단에서 기도를 드리다 신발을 고쳐 신으며 “발목이 좋지 않아 늘 걸을 때 불편해하던 저를 위해, 아들이 발목에 부담이 덜 가는 신발을 선물해줬다”고 자랑했다. 수능이 끝나면 아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씨는 “고생했다고, 항상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온 이모(82) 씨는 “수능 100일 전부터 매일같이 기도하고 있다”며 “딸들이 바빠 대신 손주 기도를 하러 나왔다”고 했다. 이어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참고 공부하는 손주가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며 “이제 하루 남았으니 마지막까지 잘 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신자들과 수험생 가족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김도윤 수습기자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도 자녀들의 수능 성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발걸음을 했다. 김태화(60)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을 위해 성당을 찾았다. 김씨는 두 눈을 꼭 감고 기도했다. 김씨는 “사람일이 마음같이 되기도 하고 안 되는 일도 많지만, 간절하게 기도하면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다”며 “아들이 시험장에서 떨지 않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치러지는 수능시험에는 총 52만2670명이 지원했다. 재학생은 34만777명(65.2%), 졸업생은 16만1784명(31.0%), 검정고시 등 출신은 2만109명(3.8%)으로 각각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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