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의 ‘정보효율부’ 수장으로 당선의 일등 공신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내정했다. 인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이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방장관 등 정부 요직에 ‘예스맨’을 대거 발탁하면서 급진 정책을 중화할 인물이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관련기사 2·3·4면
트럼프 당선인은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발탁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위대한 일론 머스크가 비벡 라마스와이(전 공화당 대선 후보)와 함께 정부효율부를 이끌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서 기쁘다”며 “훌륭한 이들 두 미국인은 함께 나의 행정부를 위해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낭비되는 지출을 삭감하고, 연방 기관을 재건하기 위한 길을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이날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성명을 내고 “그는 최고 수준의 국가안보와 ‘힘을 통한 평화’를 보장하면서 모든 미국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위해 두려움 없이 싸우는 투사가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랫클리프는 하원의원 당시 트럼프 당선인을 위해 싸운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랫클리프는 변호사로 일하다 연방검사, 텍사스주 히스 시장을 지냈으며 트럼프 1기 정부 때부터 ‘트럼프 옹호자’로 분류됐다. 과거 CIA와 대립했던 트럼프의 랫클리프 임명은 CIA에 대한 위험 부담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초대 국방부 장관에는 피트 헤그세스 폭스뉴스 진행자가 지명됐다. 헤그세스는 육군 소령 출신으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으며 폭스뉴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NYT는 “헤그세스는 트럼프 1기 당시 트럼프를 헌신적으로 지지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적극 수용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은 외교·안보 분야 최고위 참모인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을 공식 지명했다. 왈츠 의원은 전장 경험이 풍부한 특수전부대원 출신으로, 트럼프의 ‘힘을 통한 평화’ 안보 기조를 실천할 인물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성명을 통해 “마이크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 의제의 강력한 옹호자였고, ‘힘을 통한 평화’ 추구의 엄청난 옹호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첫 이스라엘 주재 대사로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지명했다. 허커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강경파로 분류된다. 지난 8월 하마스를 향해 “모든 인질을 석방하고 무조건 항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직 지명되지 않은 주요 인사도 충성파로 구성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인 관계자를 인용해 “‘무역 차르’ 역할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원한다”고 전했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국의 보호주의무역 정책을 설계 및 실행한 인물이다.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장관으로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 발탁될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루비오 의원은 북한과 한반도 안보 문제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낸 ‘대북 강경파’이자, 통일과 한미일 협력에 관심이 있는 ‘지한파’로 알려져 있다.
주요 요직에 강경 충성파 인사들이 지명되면서 중도파 인사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1기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은 WSJ에 “트럼프는 2번째 임기에 충성을 기대한다. 그는 ‘예스맨(Yes men)’과 ‘예스우먼(Yes women)’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폰테인 중도성향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 연구원은 “트럼프는 충성심을 실철할 사람을 영입할 계획이며 이는 집단 사고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