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트럼프 집권시 수혜를 볼 자산 가격이 오르는 ‘트럼프 랠리(강세)’가 계속되자 국내 주요 그룹사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조선·방산 관련 주식만은 대거 쓸어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HD현대·한화그룹의 외국인 지분율은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하며 시총 순위도 상승했다. 반면, 국내 수출을 이끄는 삼성·LG그룹의 외국인 지분율은 연중 최저 수준이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코스콤에 따르면, 12일 기준 한화그룹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25.81%로 집계됐다. 작년 말 지분율은 19.41%로, 올 들어서만 6.4%포인트가 높아졌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0.04%포인트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크다.
한화그룹의 외국인 비중은 연초만 해도 20%를 밑돌았고 지난해 최고치 역시 21% 수준였다. 하지만 올 들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에 방산주 관심이 커지면서 상반기 지분율은 23%까지 늘었다. 이후 미 대선을 앞둔 10월을 기점으로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가 더해지자 이달 6일에는 연중 최고(26.23%) 수준으로 치솟았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작년 말 32.5%에서 43.3%로 10%포인트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도 9.4%에서 18.1%로, 한화엔진도 5.6%에서 7.8%로, 한화시스템은 5.1%에서 7.2%로 외국인 지분율이 늘었다.
트럼프가 협력을 요청한 ‘K-조선’ 관심도 뜨겁다. HD현대의 외국인 지분율은 21.4%로 올해 들어서만 4.3%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를 보유한 외국인 비중도 모두 5%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조선업 기반이 무너진지 오래다. 트럼프 당선인이 국내 조선업 협력을 언급한 것은 현재 미 해군이 당면한 어려움과 시급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15년만에 조선업의 업사이클 진입과 실적 턴어라운드가 명확해진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시총 순위도 ‘레벨업’했다. HD현대는 작년 말 9위에서 올해 5위로 올라섰다. 한화그룹은 작년 말 10위였지만 카카오·셀트리온·NAVER를 밀어내고 7위로 올라섰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에서 설비투자(CAPEX)는 ‘친환경’ 성격이 강했지만 트럼프 정부에선 조선·방산·원전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랠리’에 빗겨간 다른 그룹사에는 외국인 수급이 말라가는 모습이다. 트럼프 공약대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이 폐지될 경우 대미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삼성과 LG그룹의 외국인 지분율은 나란히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비중은 작년 말 47.71%에서 43.94%로 3.7%포인트가 줄었다. 올 들어 외국인 비중이 43%로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LG그룹의 외국인 지분율은 작년 초 20%를 웃돌다 16.5%까지 낮아졌다. 한편, 지난 8월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외국인은 국내증시에서 15조96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