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최고 수준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모습.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올해 상반기 내수기업의 매출액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로 돌아섰다. 수출기업 역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매출액 증가 폭이 크게 떨어졌다. 특히 전체 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법인 814개사의 경영성과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50% 미만인 기업을 내수기업, 50% 이상인 기업을 수출기업으로 분류한다.
내수기업의 매출액을 수출부문과 내수부문으로 나눴을 때 수출부문은 올해 상반기 3.7% 증가했지만 내수부문이 2.4% 감소해 전체 매출액 감소(-1.9%)로 이어졌다. 내수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경제인협회 자료] |
매출액이 감소한 내수기업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지주회사(-17.6%) ▷도·소매업(-6.5%)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5.5%) ▷제조업(-1.1%) 순이었다. 지주회사의 매출 감소는 자회사 실적 부진에 따른 배당 감소, 도·소매업의 감소는 소비 부진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한경협은 풀이했다.
내수기업과 달리 수출기업 매출은 올해 상반기 13.6% 반등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7.3% 감소하면서 나타난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1위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올해 상반기 매출액 증가율은 5.9%로 떨어진다. 삼성전자에 따른 ‘착시효과’가 발생한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23년 2.2%에서 2024년 상반기 7.4%로 개선됐다.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관련 비용(매출원가+판관비) 비중은 2023년 97.8%로, 2020년 이후 최대치였으나 올해 상반기 최저치인 92.6%로 떨어졌다.
특히 내수기업은 올해 들어 매출액은 1.9% 줄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하는 ‘불황형 흑자’ 형태를 띠었다. 부진한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비용 절감으로 흑자를 기록한 셈이다.
[한국경제인협회 자료] |
기업들의 비용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인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비용이 크게 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전체 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취약기업)’ 비중은 2021년 33.8%였으나 금리 상승기(2021년 8월~2024년 10월)를 거치며 지속 증가해 올 상반기 44.7%에 달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최대치다.
반면 올해 상반기 기업 투자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8.3%)했다. 코로나19로 경제위기를 겪었던 2020년에도 전체 기업의 투자는 감소하면서, 경제전반의 성장동력이 위축될 우려가 커졌다. 전체 기업의 투자 증가율은 플러스(16.9%)를 기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위축과 반도체 등 주력업종 하락 사이클 진입 등으로 지금의 수출 실적이 정점이 아니냐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며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유연한 통화정책, 투자지원 확대, 규제 완화 등 전방위적인 경제살리기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