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동석(윗줄 왼쪽) 교수 연구팀.[UNIST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태양 빛은 태양전지를 통해 전기에너지로 바뀌지만 태양 열은 되레 태양전지를 ‘노화’시킨다. 특히 차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는 열에 더 취약하다. 이러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열 내구성을 대폭 개선한 연구 결과가 나와 상용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탄소중립대학원 김동석 교수팀은 경상국립대학교 이태경 교수팀, 스위스 로잔공대 마이클 그라첼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열 내구성을 저해하는 원인을 밝혀내고 높은 효율은 유지하면서도 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첨가제 배합을 찾아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줄(Joule)에 12일 공개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저렴한 소재와 공정비용, 기판에 따라 유연한 필름 형태로도 찍어낼 수 있어 차세대 태양전지로 꼽히고 있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열, 습기 등을 견뎌내며 오랫동안 성능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중 열 내구성 개선은 상용화 마지막 관문과도 같았다. 습기 등은 전지를 감싸는 봉지 기술로 차단할 수 있지만, 열 내구성은 소재 자체를 개선해야 하는 데다 봉지 공정 과정에서 온도가 100℃까지 치솟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열 내구성을 저해하는 요인을 근본적으로 분석해 전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과량으로 넣어오던 첨가제가 그 원인임을 밝혀냈다. 분석 결과에 따라 4-tert-부틸피리딘(4-tert-butylpyridine, tBP) 함량을 20배 이상 줄여 높은 전도성과 효율을 유지하면서도 고온 안정성이 뛰어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었다. tBP는 원래 페로브스카이트 전지 정공수송층의 전도성을 개선하기 위해 넣는 첨가제이다. 정공수송층은 광활성층에서 생성된 전하입자인 정공을 전극으로 전달하는 물질로, 전도성이 좋아야 태양전지 효율이 올라간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량 첨가된 tBP는 또 다른 첨가제인 리튬비스마이드(LiTFSI)와 1:1 복합체를 형성해 탈도핑 현상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전도성을 개선했다. 또 유리전이 온도도 기존 77℃에서 105℃까지 상승했다. 유리전이는 고분자 물질 등이 고체 상태보다 액체 상태에 가까워지는 현상으로 유리전이 온도가 높을수록 열 안정성이 뛰어나다.
이 전지는 세계 최고 수준인 26.18%의 광전변환효율을 기록했으며, 25cm² 면적 모듈에서도 23.29% 효율을 달성했다. 또한 85℃ 고온에서 1000시간 동안의 내구성 시험을 통해 뛰어난 안정성을 입증했다.
김동석 교수는 “장기적 내구성, 높은 효율과 더불어 100℃ 이상의 제작 공정을 견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상용화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춘 것과 같은 연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