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전경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경희대학교와 경희사이버대학교 소속 교수와 연구진 등 모두 226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냈다. 이들은 A4용지 두장 분량의 시국선언의 모든 문장을 ‘나는’으로 시작했다. 시국선언문에 이름을 올린 인원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글을 썼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희대 교수 등은 13일 오전 배포한 ‘시국선언’ 보도자료에서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나는 매일 뉴스로 전쟁과 죽음에 대해 보고 듣고 있다. 그리고 이제 내가 그 전쟁에 연루되려고 하고 있다”며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평화와 생명, 그리고 인류의 공존이라는 가치가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가치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나는 안타까운 젊은 청년이 나라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어도, 어떠한 부조리와 아집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는지 알지 못한다”며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군휴학을 앞두고 인사하러 온 학생에게 나라를 지켜줘서 고맙고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격려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들은 또 “나는 매일 수많은 격노를 듣는다. 잘못을 해도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격노의 전언과 지리한 핑계만이 허공에 흩어진다”며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잘못을 하면 사과하고 다시는 그 일을 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존중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했다.
교수 등은 “나는 매일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경계가 무너지며 공정의 최저선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고 듣는다”며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공정을 신뢰하며 최선을 다해 성실한 삶을 꾸려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보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나는 매일 말의 타락을 보고 있다. 군림하는 말은 한없이 무례하며, 자기를 변명하는 말은 오히려 국어사전을 바꾸자고 고집을 부린다”며 “나는 더 이상 강의실에서 한 번 더 고민하여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말을 건네고 서로의 말에 경청하자고 말하지 못한다”고 했다.
교수 등은 “우리는 이제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며,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면서 만들어갈 우리의 삶이 어떠한 삶일지 토론한다”며 “우리는 이제 폐허 속에 부끄럽게 머물지 않고, 인간다움을 삶에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말과 현실을 발명하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낸다”고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