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전 국가대표 이해인(왼쪽)과 그가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A선수와 나눈 문자메시지. [이해인 인스타그램]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교제 중이던 남자 선수를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선수생명이 끝날 뻔 했던 피겨 스케이팅 이해인(19·여)이 법원에서 누명을 벗으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법원은 이해인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한체육회가 내린 징계를 정지했다.
12일 이해인 측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은 이날 이해인이 낸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선수 자격을 일시적으로 회복하게 된 것이다.
이해인은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피겨 국가대표 전지훈련 기간 중에 숙소에서 음주를 하고, 남자 후배 A 선수를 자신의 숙소로 불러서 추행 등 성적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이해인에게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선수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수준의 징계였다.
이같은 징계는 논란을 샀다. 이해인이 당시 A 선수와 교제 중이었다고 주장하며, 성추행 사건 전후로 서로를 '자기', '여보' 등으로 부르는 대화 등 관련 증거를 올렸기 때문이다. 또 A 선수 측도 이해인의 행위에 대해 '처벌을 원한다고 한 적 없다', '수치심을 느꼈다고 한 적 없다'라고 밝힌 점도 이해인을 징계하는 것이 맞냐는 지적의 배경이 됐다.
이해인은 성인이고 A 선수는 미성년자(당시 만 15세)이기 때문에, A 군이 원해서 신체 접촉을 했더라도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이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해인도 갓 성인이 된 상태였고 서로가 교제 중이라면 그같은 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왔다.
법원 역시 이해인이 A 선수에게 한 행위가 성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추행이라 함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성인이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애정 행위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모두 추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행위 당시 A의 나이가 만 16세 미만이었다고 하더라도, 이해인의 이 사건 행위가 형법 제305조 제2항에서 정한 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해인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날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된 것과 별개로, 징계 무효 확인 본안 소송은 진행 중이다.
이해인[연합] |
이해인은 "법원 결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국가대표 선수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 마지막 기회를 주신 만큼 앞으로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훈련에만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족한 저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해인은 오는 28일부터 경기도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리는 2024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