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소말리. [유튜브] |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소녀상에 입맞춤하는 등 소녀상을 모욕한 미국인 유튜버 조니 소말리(24·Ramsey Khalid Ismael)가 이번에는 또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했다. 소녀상과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모욕 행위는 계속되는데 그를 처벌할 법적 조항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에 따르면, 소말리는 지난달 9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소녀상 어깨에 손을 얹고 볼에 입을 맞췄다. 소녀상에 검정 모자를 씌우고 볼에 입을 댔고, 그 앞에서 희롱하는 춤을 추기도 했다.
비판이 쏟아졌고 유튜버 등 일부 시민은 직접 응징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지난달 27일과 31일 서울 송파구에서 남성들이 소말리를 폭행했다.
지난 6일 소말리는 "재미를 위해 했던 것인데 위안부나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잘 몰랐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4일 만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위안부를 모욕하는 사진과 글을 올렸다.
이에 소말리의 모욕 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법상 사물인 소녀상을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소말리는 편의점에서 난동을 부려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마약과 폭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모욕이나 명예훼손 등 혐의는 받지 않는다.
전문가는 소녀상 모욕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고 짚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소녀상 모욕이 국민의 법 감정을 거스르는데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규정이 없다"며 "소녀상이 사물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짚었다.
현행 형법 311조(모욕)에 따르면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소녀상은 사람의 모습을 했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형물이다. 조형물을 모욕한 사람은 법의 적용을 받기 어렵다. 명예훼손, 성희롱 등도 마찬가지다.
재물손괴로 죄를 물을 수도 없다. 곽 변호사는 "사물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손괴죄는 성립이 가능하나 실제 소녀상을 망가뜨린 건 아닌 상황"이라며 "법적인 처벌은 조금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명예훼손한 행위는 처벌할 수도 있다. 곽 변호사는 "명예훼손이나 이런 부분은 고소나 고발이 있으면 성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사진 속 피해자들이 돌아가셨다면 사자명예훼손으로 죄를 물을 수 있고 모욕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곽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이번 사안은 모욕죄에 가까운 사안"이라며 "문제는 사자에 대한 모욕죄는 없어서 사진에 나온 분들이 고인인지 여부를 먼저 봐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은 이 같은 허점을 비판하며 관련 법 개정안 발의에 나섰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테러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소녀상을 보호하고 관리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13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안부피해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누구든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할 목적으로 평화의 소녀상(피해자를 기억하기 위한 조형물 또는 상징물)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