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 |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접는다. 최윤범 회장은 경영권 수성을 위해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과 의결권 대결이라는 전면전이 불가피해졌다. MBK 측에 비해 열세한 지분율은 최 회장의 아킬레스건인 상황이다.
13일 고려아연은 이사회가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주주와 시장 관계자의 우려를 수용한다고 철회 이유를 설명했으나 금융위원회까지 나서서 유상증자 결의 과정에 의구심을 드러내자 이를 강행하기 어려웠을 전망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발행주식의 18%에 달하는 보통주를 주당 67만원에 신규 발행하는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절차와 과정상에 비합리적인 부분이 발견됐다. 최 회장이 의장인 고려아연 이사회는 MBK-영풍 연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3조1000억원의 단기차입금 기반으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공개매수가 종료된 지 사흘 만에 유상증자 계획을 알린 데다 주주 자금을 활용해 2조30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한다고 밝혀 원성을 샀다.
최 회장이 MBK 연합의 의결권을 희석하기 위해 전체 주주의 희생을 요구하면서 여론의 지지도 잃었다. 게다가 공개매수 과정에서 고려아연 자본구조에 변동은 없을 것이라 공표했으나 공개매수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기업실사를 진행한 점도 악수였다. 결국 금융감독원이 유상증자의 부적합성에 목소리를 내며 지난 6일 신고서 정정을 요구했고 고려아연의 자진철회는 불가피했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로 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사이 MBK 측은 조용히 지분율 강화에 나섰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1.36%를 장내에서 추가 취득했다. 그 결과 영풍 일가 측과의 합산 지분율은 39.83%를 기록 중이다. 최 회장 일가와 그의 백기사인 베인캐피탈 합산 지분율이 17.05%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격차다.
MBK는 고려아연 이사회 의석 확보와 경영권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해 임시 주주총회 소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에 내용증명을 보내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한 데 이어 법원에도 허가 신청을 요청했다.
최 회장은 유상증자 결정 과정에서 주주 신임을 잃은 만큼 표 대결에서 불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법원이 MBK 측의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최 회장은 고려아연 이사회의 과반 의석을 MBK에 내어줄 수도 있다. 결국 최 회장은 임시 주총을 최대한 미루고 시간을 벌어 우호주주를 확보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MBK파트너스는 "일반공모 유상증자가 자본시장에 큰 혼란을 끼치고 기존 주주에 피해를 입힌 후에야 뒤늦게 철회된 점은 안타깝다"라며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통해 유명무실한 고려아연 이사회 기능을 정상화하고 투명한 거버넌스 체제를 신속하게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