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보험회사가 계약체결 후 첫 1년 간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월납입보험료의 1200% 이내로 규정한 일명 ‘1200%룰’이 정작 법인보험대리점(GA)에는 적용되지 않아 규제 불평등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계약서비스마진(CSM)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1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보험개혁회의 판매채널반 실무회의에서는 ▷1200%룰 GA 적용 ▷판매전문회사 도입 ▷보험대리점 비교·설명의무 개선방안 ▷부당승환 방지 관련 상호협정 제도개선 등 GA의 제도권화를 위한 복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당국은 GA가 올해부터 감독 분담금을 내고 정기 검사를 받는 등 제도권에 들어온 만큼 연말까지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GA만 적용받지 않는 1200%룰을 두고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 1200%룰은 보험회사가 지급하는 초년도 모집수수료가 월납보험료의 12배가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룰을 의미한다. 보험사의 매출 확대 경쟁으로 수수료 과지급 현상이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해 시행됐다. 하지만 1200%룰이 보험회사에만 적용되다 보니 GA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금융당국은 1200%룰에 대해 “GA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명시했을 뿐, 사내 보유금 활용에 관한 별다른 내용은 담지 않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200%룰 중 GA-설계사간 수수료는 사각지대로 GA는 설계사를 고액으로 스카웃해 승환계약 증가 및 계약 유지일 감소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형 GA 쏠림 현상 심화되고, 수수료가 소비자에 전가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1200%룰 시행 전인 2020년 19만2046명에서 시행 후인 ▷2021년 17만240명 ▷2022년 16만2775명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2022년 기준 GA설계사 수는 24만9251명으로 집계됐다.
보험사들은 ‘1200%룰’ 시행이후 자사의 상품 판매량을 확대하기 위해 GA에 2차년도 이후에 기존보다 더 많은 수수료와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일부 GA들은 규제 사각지대를 악용해 무리한 스카우트를 여전히 자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당 1억원이 넘는 금액을 제시하며 보험사 전속설계사들을 영입하는 경우도 있다.
GA설계사에 대한 ‘1200%룰’ 적용을 감독규정에 명시한다면 현재 GA채널에서 지급되는 2차년도 추가 수수료율·시책비율이 제한될 전망이다. 수수료 환수 기간도 기존 1년에서 그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GA업계는 이미 대리점협회의 자율협약을 통해 1200% 룰 준수를 하려고 하고 있고, 일률적인 가이드가 있다면 오히려 혼선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GA업계 관계자는 “과당경쟁 방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설계사들의 소득감소나 업계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