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귀환 이후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증시 소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코스피는 13일 환율과 금리 급등에 장 초반 2450대로 밀려났고 코스닥지수는 2개월 만에 장중 700선을 내줬다.
이런 가운데 내년 코스피 상장사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시간이 지날 수록 뒷걸음치며 국내 증시 지수 전반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로 무장한 트럼프발(發) 경제 압력이 본격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형태의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 대비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2025년 코스피 예상 영업익, 석달 전보다 -7.75%…상장사 3분의 2 하향 조정=13일 헤럴드경제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제공한 191개 코스피 상장사의 2025년도 예상 영업이익이 예상 시점별 흐름에 대해 분석했다.
전날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사의 2025년 예상 연간 영업이익 합산액은 293조7533억원으로 지난 8월말 기준 318조4278억원과 비교했을 때 7.75%나 하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석달 전에 비해 내년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내려간 곳은 3분의 2 수준인 125개사(65.45%)에 달했다.
내년도 영업이익 하향 조정 폭이 가장 큰 대표적인 섹터는 2차전지였다.
분석 대상 코스피 상장사 중 최근 석달 간 내년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률이 가장 컸던 곳은 -95.8%를 기록한 SKC였다. 그 뒤를 솔루스첨단소재(-92.3%, 2위), 엘앤에프(-64.6%, 3위)가 나란히 뒤따랐다.
국내 최대 산업섹터로 꼽히는 반도체 역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 역시도 최근 3개월 간 내년도 영업이익 전망치 증감률이 -28.5%로 전체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향 조정액 기준으로는 18조1500억원(63조5962억원→45조5562억원)의 삼성전자가 나홀로 10조원 이상 영업이익액이 줄어든 독보적인 1위 기업이었다.
이 밖에도 ‘60% 고관세’로 대표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對中) 압박 정책이 임박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신규 경기부양책 발표를 미룬 점도 국내 대표 중국 수혜 소비주(호텔신라 -35.7%, 롯데관광개발 -23.6%, 아모레퍼시픽 -15%, LG생활건강 -13.6%, 파라다이스 -12.5%)의 영업이익 부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도 있다.
▶“코스피 내년 예상 영업익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내년도 코스피 상장주 연간 영업이익 합산액 규모는 올해 전망치(236조7557억원) 대비 24.07%나 늘어나는 수준이다.
다만, 지난 8월까지만해도 그 증가폭이 34.5%에 이를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던 것과 비교한다면 실망감이 투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단 평가가 나온다.
당장 최근 증권가가 제시했던 내년도 코스피 지수 예상 밴드 하단께 실제 수치가 자리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있다. 앞서 증권사별로 신한투자증권 2600~3100, 메리츠증권 2600~3050, 키움증권 2400~3000, 교보증권 2300~3000, KB증권 최대 2980이란 내년도 코스피 전망치를 제시한 바 있다.
미 뉴욕증시 3대지수는 최근 ‘역대 최고치’ 기록 경신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오펜하이머자산운용은 미 S&P500지수 연말 전망치를 기존 5900에서 6200으로 대폭 올렸다. 야르데니 리서치는 같은 날 보고서에서 S&P500지수가 올해 말 6100, 2025년 말 7000, 2026년 말 8000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증권가에선 지금까지 제시된 내년도 코스피 상장주 기업이익 전망치보다 앞으로 더 낮은 전망치가 제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경기선행지수를 분석했을 때 한국의 수출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도 예상 순이익의 성장이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 속에 ‘주가는 기업이익의 함수’라는 점에서 회복 동력이 약화한 제한적인 박스권 장세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