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서밋 2024’에 앞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끌어안으며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엔비디아 홈페이지] |
“과거 마사요시 손(손정의)은 제게 ‘시장이 엔비디아의 가치를 몰라보고 있다. 당신이 만들어 내는 미래는 정말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저는 일본에서 소프트뱅크와 함께 놀라운 가치를 창출하려고 합니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3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서밋 2024’에서 자신의 ‘절친한 친구’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소개하며 그를 무대 위로 불러냈다.
현재 인공지능(AI) 산업계를 쥐락펴락하는 두 사람은 이날 30여분 간 마주 앉아 대담을 가졌다. 이날 대담은 전 세계에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황 CEO는 손 회장이 등장하자 “컴퓨터 산업이 PC에서 인터넷과 클라우드를 거쳐 AI로 발전하는 동안 각 세대별 모든 위너(당대의 최고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은 유일한 기업가이자 혁신가”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과거 손 회장이 엔비디아에 대해 ‘미래를 개척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고통의 여정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당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황 CEO의 사업을 격려했던 일화도 언급했다.
이어 황 CEO는 “우리는 두 회사(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를 합치는 것에 대해서도 얘기했다”며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지만 한때 손 회장은 엔비디아의 대주주였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 회장이 울상을 지으며 황 CEO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 자세를 취했다.
앞서 손 회장이 운영하는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7년 엔비디아에 40억달러를 투자하며 4대 주주로 등극했다가 2019년 지분을 매각했다. 이후 엔비디아는 AI 시대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며 주가가 30배 폭등했다. 손 회장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 회장과 마주 앉은 황 CEO는 한때 가전과 반도체 산업에서 강국으로 불렸던 일본의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현재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일본의 위상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일본의 기술은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이 결합한 메카트로닉스 시대를 주도했다. 그 시대의 가전 제품조차도 일본이 세계를 선도했다”며 “그러나 지난 30년간 서양과 중국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이 번성하는 동안 일본은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손 회장도 완전히 공감한다며 그 배경으로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에 기반을 둔 제조업 문화 ‘모노즈쿠리’를 언급했다. 손 회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신뢰하지 못하는 일본의 문화가 이어진 데다 인터넷 버블로 일본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그러한 사고방식이 굳어졌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일본 산업의 부활을 위해 AI 인프라 구축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황 CEO는 “인프라가 없으면 AI 산업 실현도 어렵다”며 소프트뱅크가 담당하는 AI 인프라 구축 역할을 강조했다.
황 CEO는 이날 손 회장이 꿈꾸는 일본 AI의 미래를 물었다. 손 회장은 “스티브 잡스가 ‘모든 사람들의 손에 스마트폰’을 강조했듯 저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개인 AI 에이전트(AI 비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로보틱스와 메디컬솔루션 등에서 기회를 강조했다. 김현일·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