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후 원·달러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400원을 뚫고 우리 경제의 큰 변수로 떠오르자 외환 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다.
당국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건 중동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요동쳤던 지난 4월 중순 이후 7개월 만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미국 신정부의 정책기조 변화와 함께 세계경제 성장·물가 흐름,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관계기관 24시간 합동점검체계를 중심으로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른 공조·대응체계 유지에 만전을 다하는 동시에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우에는 적극적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신속히 시행해달라”고 관계 기관에 당부했다.
최 부총리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시장안정 프로그램들을 2025년에도 종전 수준으로 연장 운영할 것”이라며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최대 37조6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최대 53조7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운영해달라”고도 요청했다.
구두개입은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환율 급등락을 줄이는 정책수단이다. 이번 구두개입은 중동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1400원대에 근접한 지난 4월 중순 이후 7개월 만에 이뤄졌다.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당선 윤곽이 나온 지난 6일부터 크게 들썩이면서 연일 오름세를 타고 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3.1원 오른 1406.6원을 기록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1월 4일(1419.2원)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장 초반에는 환율이 1410.6원까지 뛰면서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1월 7일(1413.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박춘섭 경제수석,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 참석해 미국 대선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신정부 출범 전까지 과도기적 상황에서 정책기조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변동성이 과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라 어려움이 예상되는 산업에 대한 지원 등 산업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밸류업 지원 관련 세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우리 증시의 근본적 체질 개선 노력과 구조적인 외환 수급 개선방안도 함께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