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종적을 감췄던 ‘1조 클럽(연간 영업이익 1조원 이상)’에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수의 증권사가 이름을 올리게 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미 한국투자증권이 3분기 만에 누적 영업이익 1조원 선을 넘어선 데다, 세 곳의 증권사에서 9000억원 대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다.
올 들어 급증한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 호조세가 4분기에도 이어지고,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운용 이익이 늘 경우 최대 7곳까지 ‘1조 클럽’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조1587억원을 기록하면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1조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1년 전 같은 기간(6473억원)과 비교했을 때 79.01%나 늘어난 수치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에만 3307억원(전년 대비 +72.1%)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뒤이어 삼성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각각 9949억원(+33.83%), 9180억원(+9.08%), 9145억원(+49.57%)으로 ‘1조 클럽’ 가입을 눈 앞에 둔 수준까지 올라섰다. 증권업계에선 4분기 영업이익까지 더할 경우 이들 세 곳은 1조원 고지를 무난하게 밟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누적 영업이익 7000억원 대에도 메리츠증권(7447억원, +23.13%), KB증권(7355억원, +20.32%), NH투자증권(7339억원, +24.31%)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3개 증권사의 경우 4분기 실적에 따라 ‘1조 클럽’ 가입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앞서 증권사 중 최초로 미래에셋증권이 2020년 ‘1조 클럽’ 고지를 정복했다. 2021년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이 연간 누적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지만, 2022년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의 여파로 메리츠증권만 1조원을 넘겼다. 작년엔 모든 증권사가 1조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 중에선 신한투자증권(3746억원), 하나증권(1958억원)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 규모도 1년 전보다 개선됐다. 특히, 하나증권의 경우 전년(69억원) 대비 증가율은 2737.68%에 달했다.
10대 증권사 중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친 곳은 대신증권(1914억→1129억원)이 유일했다. 대신증권 측은 “일 평균 거래대금 감소로 리테일이 부진했고, 분기 말 보유상품 평가손실로 인해 트레이딩 성과가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호실적을 이끈 것은 ‘서학개미(미국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들이었다. 랠리를 펼쳤던 글로벌 주요 증시와 달리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국내 주식의 경우 수수료 수익이 부진했지만, 미국주식 열풍이 효자 노릇을 한 셈이다.
실제로 해외주식 투자자를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해외주식 수수료로 올해 3분기에만 각각 709억원, 508억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전년 대비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수익이 148%, 79% 증가한 수준이다. 키움증권의 경우에도 3분기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79.4%(524억원)나 급증했다.
올해 3분기 국내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4000억원으로 작년보다 23.4%나 떨어졌지만, 해외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5000억원 가량으로 1년 전에 비해 8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증권사 호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던 해외 대체투자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마무리되면서 투자은행(IB) 부문의 수익이 회복세를 보인 것도 각 증권사의 수익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7~8월 금리 하락에 따라 채권 관련 운용·평가 이익 발생했고 해외 주식 거래대금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이 호실적의 배경”이라며 “부동산PF 충당금과 해외부동산 감액손실 처리는 이제 거의 마무리된 국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분석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