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서민금융 공급액 급감…대출 미상환 증가 탓

올 들어 서민대출 상품을 갚지 못한 이들이 늘면서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액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서민금융상품은 주로 불법사금융에 내몰리기 직전 서민들이 이용하는 상품으로, 이를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액이 늘자 공급 규모가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늘어나는 서민금융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재원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금융진흥원이 운영하는 서민금융 종합플랫폼 ‘서민금융 잇다’가입자가 출범 두달만인 8월 말 기준 108만명을 넘어섰다. 서민금융 잇다는 금융위원회와 서금원이 지난 6월 말 출시한 서비스로, 소비자가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상황에 맞는 정책 서민금융 상품 뿐만 아니라 민간 서민금융상품도 추천해 이용이 편리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잇다 이용자의 76.3%가 생활자금을 목적으로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그만큼 당장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급한 불을 끄는 데 돈을 빌린 이들이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때 갚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금원이 취급하는 8개 서민금융상품(▷근로자햇살론 ▷햇살론뱅크 ▷최저신용자특례보증 ▷햇살론유스 ▷햇살론15 ▷햇살론카드 ▷미소금융 ▷소액생계비대출 대위변제율이 모두 상승했다.

대위변제란 서금원의 보증으로 은행이 빌려준 돈을 이용자가 갚지 못하면 서금원이 대신 빚을 갚아주고 채권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대위변제율이 높아질수록 서금원의 재정은 어려워지고, 서민금융 상품이 필요한 다른 이용자들이 급전을 빌리지 못하게 된다.

상품별 대위변제율을 살펴보면 주로 신용점수가 하위 20~10% 미만인 최저신용자 대상 서민금융상품에서 연체가 크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8월 말 기준 소액생계비대출의 대위변제율이 26.9%로 가장 높았는데, 지난해 말(11.7%) 대비 2배 넘게 뛰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소액생계비대출은 정책서민금융 지원마저 받기 어려운 이들이 연 15.9% 금리로 50만원을 빌리는 상품이다.

다음으로는 개인신용평점 하위 20%를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15가 25.3%, 개인신용평점 10%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최저신용자특례보증이 25%로 20%를 웃돌았다. 최저신용자특례보증의 경우 대위변제율이 2023년 말 14.5%에서 껑충 뛰었다. 이어 햇살론카드(12.3%→15.6%), 햇살론뱅크(8.4%→14.6%), 근로자햇살론(12.1%→12.7%), 햇살론유스(9.4%→11.8%), 미소금융(7.7%→9.6%) 순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체 서민금융 공급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서금원이 올해 8월까지 8개 상품을 통해 공급한 서민금융 규모는 3조5771억원으로, 지난해 전체(7조0996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에 추가 재원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대위변제율을 개선하기 위해 차주를 선별하면 오히려 공급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최근 서금원이 은행으로부터 받는 출연료율을 높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재원에 손실이 간 부분을 메꿀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갈수록 바닥을 드러내는 서민금융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권 공통 출연금을 늘렸다. 금융위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서민금융법) 시행령’개정안을 14일부터 입법예고했다.

은행권의 공통출연요율을 기존 ‘0.035% 이상’에서 ‘0.06%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 골자다. 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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