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서 APEC 오늘 개막…‘트럼프 보호주의’ 견제구 나올까

14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정부궁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5∼16일(현지시간) 이틀간 페루의 수도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2016년에 이어 8년 만에 남미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의장국인 페루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21개 회원국 정상이 대부분 참석한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전쟁 중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불참한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도 자리하지 않는다. 멕시코 전 정부는 페루 정치 상황을 놓고 페루와 외교적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번 APEC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귀결된 미국 대선 이후 펼쳐지는 첫 주요 다자회의다.

이 때문에 내년 1월 제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의 부활 가능성에 대해 회원국 간 공통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 2016년 미 대선 직후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서는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공동 선언문이 채택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의 ‘반(反)자유무역’ 정책 기조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회의에서도 회원국들이 2016년과 유사한 수준의 의견일치를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고 페루 언론 엘코메르시오는 전했다.

8년 전 APEC 정상회의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공감대 형성을 주도했다.

공교롭게도 APEC 정상회의 기간에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는 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투자자 서밋이 진행되는데, 이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메시지를 낼지에도 시선이 쏠린다.

내년 1월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중남미에 공을 들이며 영향력을 강화한 시진핑 주석 간 대면 정상회담 역시 관심사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각에서는 중남미에 대한 미국의 무관심 현상이 페루에서 열리는 APEC을 통해 감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며 “트럼프 대선 승리 이후 바이든 위상은 줄어들 반면, 시 주석은 미국 대통령보다 더 많이 이 지역을 방문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자금을 기반으로 건설된 창카이 항 준공(1단계)도 축하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리마에서 북쪽으로 72㎞ 떨어진 곳에 자리한 창카이 항에 대해 미국 정부는 ‘중국의 군사·안보 교두보 활용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려를 보낸 바 있다.

올해 APEC 정상회의 공식 주제는 ‘권한 부여, 포용, 성장’이다. 포용적이며 상호 연계된 성장을 위한 무역·투자, 공식 및 글로벌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혁신 및 디지털화, 회복력 있는 발전을 위한 지속 가능 성장을 중점 과제로 삼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 APEC 의장국으로서 대한민국이 자유롭고 안정적인 무역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논의에 앞장설 것임을 천명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기업인 자문위원회와의 대화, CEO 서밋, APEC 정상 간 친목을 다지는 리트리트 행사 등에도 참여한다.

또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방산 기념행사 일정도 소화할 계획이고,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의와 한일 정상회담도 가진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APEC은 1989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과 번영을 목표로 비공식 대화 포럼으로 출범해 1993년 정상회의로 격상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아세안 6개국 등 21개국이 회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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