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골프’에 발목잡힌 이재명, 선고 끝나자 ‘털썩’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유죄
징역 1년, 집유 2년에 지지자 탄식
이재명 ‘골프 사진 조작’ 발언에
법원 “김문기와 골프 쳤다는 사실 부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피고인이 김문기, 유동규와 함께 해외에서 골프를 친 행위는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피고인이 ‘골프 발언’을 하기까지 기억을 환기할 기회와 시간이 충분해 보이는 점을 종합하면 허위발언이 인정된다.”

15일 오후 2시 38분 서울중앙지방법원 311호 법정. 2년 2개월을 끌어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는 23분만에 종료 됐다. 결과는 유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라는 예상보다 높은 형이 선고됐다.

이 대표는 재판장이 들어오기 직전까지 안경을 쥐고 심각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자리에서 일어나 비교적 담담한 얼굴로 선고 듣기 시작한 이 대표의 얼굴은 이내 굳어졌다.

재판장이 유죄를 선고하자 지지자들은 어안이 벙벙한 듯 숨을 삼켰다. 이 대표 또한 그 자리에서 굳었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이 어느정도 빠져나가자 주변을 향해 목례를 한 뒤 힘이 풀린 듯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故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과 백현동 부지 용도 상향을 둘러싼 이 대표와 검찰측의 1차전은 검찰의 승리로 일단락 됐다.

‘의혹 해명’ 이유로 허위 사실 공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일인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민주시민 국민항쟁 추진연대 회원들이 집회를 갖고 있다. 이상섭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 한성진)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국민적 관심사인 사안에 대해 ‘의혹 해명’이란 명목으로 이뤄졌다. 방송 매체를 이용해 파급력, 전파력이 컸고 내용도 후보자의 능력과 관계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죄책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허위 사실 공표로 잘못된 정보를 수집한 일반 선거인들의 민의 왜곡 또한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문제 삼은 발언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이 대표가 2021년 12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故김 처장에 대해 “몰랐다”고 말한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2021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이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이라고 말한 부분이다.

“골프 사진 조작” 발언에 유죄


2021년 당시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故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의 친분 관계를 주장하며 제기한 사진. 이 대표는 해당 사진이 전체의 일부를 잘라내 ‘조작’한 것이라 주장했다.


故김 처장과 관련된 부분은 다시 2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는 내용이다. 두번째는 2015년 해외 출장 기간 중 이 대표와 故김 처장이 함께 찍힌 사진이 “조작됐다”는 발언이다.

재판부는 “김문기를 몰랐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09년 리모델링 사업으로 故김 처장과 인연을 맺은 뒤 12년 동안 ‘교유 행위’를 이어왔으나 이를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즉 “교유행위가 없었다”고 표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대표가 故김 처장과 개인적·업무적 교유행위를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해외출장 동행 의혹, 표창장 수여 의혹 등에 대해서는 인정을 전제하고 발언했다고 봤다. 또 김문기를 ‘하위 직원’으로 지칭하는 등 업무적 교유관계도 인정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업무적 교유행위가 공소사실에 적시된 교유행위를 부인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21년 12월 한 방송에서 ‘김문기와 찍힌 사진은 조작됐다’고 말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복병이 된 것은 ‘골프 발언’이었다. 이 대표는 2021년 채널A의 방송에 출연해 ‘이 대표와 故김 처장이 2015년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가서 함께 골프를 쳤다’며 국민의힘이 제기한 사진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진에는 이 대표, 故김 처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4명이 등장한다. 이 대표는 ①4명이 함께 한 사진은 단체 사진의 일부를 떼어낸 것이며 ②사진이 찍힌 날 이 대표와 故김 처장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체 사진에서 4명만 잘라낸 것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같은 발언이 ‘해외출장 기간 중 故김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 것과 같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진을 조작해 국민의 힘이 꾸며냈다는 사실은 ‘피고인이 골프를 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일반 선거인 입장에서 ‘김문기와 해외에서 골프를 함께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고 했다.

이어 “김문기는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핵심 실무 책임자였다. 경기도지사인 피고인에게도 도움을 줬다”며 “이 사건 골프 발언을 하기까지 기억을 환기할 기회와 시간이 충분해 보여 허위가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측은 ‘사진이 찍힌 날’에 한정해 골프를 친 것을 부정했다고 주장했지만, 일반인들은 ‘김문기와 골프를 친 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인식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백현동 용도지역 상향은 ‘성남시 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상섭 기자


백현동과 관련된 발언은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법원은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은 ‘성남시의 의지’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백현동 부지에 대한 준주거지역으로의 용도 지역 변경은 성남시의 자체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며 “성남시장인 피고인이 스스로 검토해 변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박근혜 정부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주장해왔다. 2014~2015년 국토교통부가 공공기관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 의무조항을 근거로 용도지역 변경을 요구했고, 성남시는 수차례 거부하다 마지못해 응했을 뿐이라는 취지다.

혁신도시법 의무조항이란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공기관 또는 지방공기업이 매입한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청사 및 부지 활용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체에 계획 변경을 요구할 경우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재판부는 국토교통부가 몇차례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기는 했지만 ‘준주거지역’으로 상향을 하라는 지시는 아니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국토부가 성남시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구체적인 용도지역을 기재하지 않았다”며 “의무조항 적용 전제가 되는 매입공공기관 부지 매입을 실제로 진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국토부는 성남시의 질의에 답하면서 공문에 협조 요청과 의무조항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2014년 12월 9일자 공문에서 국토부의 협조요청이 의무조항에 따른 것이 아님을 명백히 했다. 구체적인 용도지역을 특정하지 않은 채 용도지역 변경이 가능하다고만 회신했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또 허위발언의 ‘고의성’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2021년 10월부터 백현동 부지에 대한 의혹 제기가 계속 됐고 피고인측의 대응도 이어졌다”며 “미리 패널 등을 준비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협박’이라는 단어는 국정감사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나온 ‘감정적 표현’이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준비된 발언이라 본 것이다.

국정감사 자리에서 한 발언은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경우 발언이 직무와 관련이 없음이 분명한 경우까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피고인은 국정감사 증언이라는 외관 아래 국정감사 목적과 무관한 발언을 했고, 발언이 당선 목적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