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비 기부” 요청한 남성…알고보니 부동산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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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중국의 한 20대 암 환자가 치료를 위한 온라인 기부를 요청했다가 횡령 의혹에 휩싸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중부 후베이성 이창시 출신 란 무페이(29)씨는 희귀암인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고 지난달 중순부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90만 위안(약 1억7500만원)을 목표로 모금을 시작했다.

그는 장쑤성에 있는 난징대학교를 2020년 졸업했으며 암 진단을 받기 전 광저우에 있는 유명 IT 회사에서 일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호지킨 림프종 진단서 사진과 함께 “재발하면 치료가 어렵다”고 알렸다.

또한 아버지의 의료비와 사망으로 가족이 생활고를 겪었고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상을 통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기록하고 기부를 위한 은행 계좌 정보도 공유했다.

그를 위한 모금 운동은 난징대학교 동문 게시판과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확산됐다.

그런데 지난 6일 모금으로 모은 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란이 한 그룹 채팅방에서 새로 구입한 아파트의 사진을 공유하면서 단 며칠 만에 70만위안(약 1억3600만원) 이상을 모았다는 글이 드러난 것이다. 란은 단체 메시지에서 “여기가 내 새 집이고 총 가격은 73만8000위안”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이전에 결혼 정보업체 광고에 가족은 최대 100만위안(약 1억9000만원) 상당의 주거용 아파트 두 채를 포함해 여러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380만위안(약 7억4000만원) 이상의 상업용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어 연간 14만5000위안(약 2800만원)의 임대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글이 발견됐다.

논란이 일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다음날 란의 기부 채널을 폐쇄했다. 그는 펀딩 플랫폼에서 4636명의 기부자로부터 27만위안(약 5200만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그는 기부금 중 20만위안을 정기 저축 계좌에 입금했다고 주장하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7일 공식 성명을 통해 란이 가족의 실제 재정상황을 숨겼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펀딩 플랫폼은 “규정에 따라 그에게 모금된 총 27만8204위안은 완전히 회수됐으며 기부자들에게 환불될 것”이라면서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우리 플랫폼에서 앞으로 모금을 하지 못하도록 조지했다”고 전했다.

란이 법적 처벌을 받게 될지는 불분명하지만 중국 법에 따르면, 사실을 날조하거나 진실을 은폐해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의 공적 또는 사유재산을 사취하는 행위는 최고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의 선고와 함께 벌금 또는 재산 몰수가 선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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