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밥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흰쌀밥은 부드러운 식감에 맛도 좋다. 하지만 정제 탄수화물을 줄여야 하는 현대인에게 건강한 선택은 아니다.
건강 식단의 기본은 흰쌀밥 대신 잡곡밥으로 밥그릇을 채우는 일이다. 정제되지 않은 잡곡류는 혈당을 천천히 올리면서 영양소도 더 풍부하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일반 잡곡류의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항산화물질 등의 영양소는 흰쌀보다 2~3배 이상 많다.
잡곡은 콩류를 비롯해 보리, 팥, 조, 기장, 수수 등 쌀을 제외한 식량작물을 말한다. 특히 우리 몸의 노화 지연에 기여하는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 성분이 다량 들어있다. 그동안 보고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폴리페놀은 항염 작용과 항암 효능 등을 통해 건강에 기여하는 기능성 성분이다.
영양소가 풍부한 잡곡밥은 2형 당뇨나 고혈압 등 나이가 들수록 위험이 커지는 성인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지난해 국립식량과학원이 한양대학교, 충북대학교와 공동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귀리, 수수, 차조, 팥, 기장을 넣은 잡곡밥 섭취 그룹은 이전보다 공복혈당이 최대 22.5% 감소했다. 수축기 혈압도 최대 20% 떨어졌다.
그렇다고 잡곡을 너무 많이 섞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우선 식감이 흰쌀밥보다 좋지 않아 처음 먹는 이들에겐 부담이 되기도 한다. 소화도 잘되지 않아 영양소 흡수율이 떨어질 수 있다.
식이섬유 과다섭취도 우려된다. 몸에 이로운 식이섬유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복부팽만이나 장에 지나친 가스를 발생시킬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의 식이섬유의 하루 권장섭취량은 20~30g 정도다.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관계자는 “잡곡밥은 식감과 소화를 고려할 때 쌀과 잡곡을 7대 3 비율로 맞추는 것이 좋다”며 “항당뇨, 항고혈압에 좋은 잡곡밥을 꾸준히 섭취하면 보다 나은 식습관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위장이 좋지 않거나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노년층, 그리고 6세 미만의 소아는 7대 3의 잡곡밥 비율에서 흰쌀의 양을 좀 더 늘리면 된다.
잡곡의 종류 또한 많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5종류 이하로 넣는 것이 권고된다. 우석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연구결과에 따르면 밥에 ‘5곡’을 섞었을 때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의 항산화능력이 가장 우수했다. 5곡 이상으로 잡곡을 넣으면 항산화능력이 오히려 떨어졌다. 지나치게 많은 잡곡을 섞으면 각 잡곡의 영양성분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국인 10명 중 7명은 영양·혈당 관리를 위해 잡곡밥을 주로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 주방가전기업 쿠첸이 발표한 성인 1132명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4%가 “잡곡밥을 주로 먹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