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연세대 논술 효력 중지” 결정에 수험생 “재시험 치러야” 촉구

법원 “선고 때까지 합격자 발표 등 후속절차 중단”
수험생 측 “공정성 침해 인정 후 재시험 치러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연세대 재시험 집단소송의 후원자 중 한 명인 정모씨가 논술문제 유출 등을 규탄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문제가 유출됐다는 논란과 관련해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가 시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이에 수험생 측은 연세대가 빠른 시일 내에 논술전형 절차의 공정성이 침해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촉구했고, 연세대 측은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1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전보성 부장판사)는 전날 “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에 따른 후속 절차의 진행을 ‘논술시험 재이행 청구’ 사건의 판결 선고 시까지 중지한다”고 결정했다.

수험생들이 논술시험을 다시 치르게 해달라며 낸 별도 소송의 결론이 날 때까지 합격자 발표 등 남은 절차를 중단하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중대하게 훼손돼 공정한 진행에 대한 수험생들의 정당한 신뢰나 기대권이 침해됐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또 “감독위원들이 문제 관련 정보의 외부 유출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감독위원 관리·감독 책임이 대학에 있는 만큼,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된 원인이 부정행위를 한 일부 수험생에게만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세대는 시험의 효력이 중지되면 정상적으로 시험을 본 다른 수험생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거나 정해진 대입 일정을 맞출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연세대가 논술시험을 다시 시행할지에 대해선 “재시험 외에 다른 방안이 가능하다면 대학의 자율성 측면에서 재량을 존중할 필요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을 대리한 김정선 변호사는 “법원 결정으로 시험이 불공정했다는 사실이 인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세대가 공정성 침해를 인정하고 이른 시일 내 재시험을 시행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법원이 재시험 청구 소송을 신속히 진행해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수험생들은 지난달 12일 자연계열 논술시험이 치러진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의 착각으로 문제지가 시험 1시간여 전에 배부됐다가 회수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문제 내용이 사전에 유출되는 등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연세대의 허술한 관리·감독 때문에 시험 문제에 관한 정보가 유출되는 등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처분에 참여한 수험생은 18명이며 법정대리인을 포함하면 34명, 진술서나 관련 증거 제출 등 간접적으로 참여한 이들을 포함하면 50여명이다.

연세대는 논란이 확산하자 문제지를 촬영해 온라인에 게시한 수험생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고, 시험에 공정성이 훼손된 행위가 있었는지 전반적으로 조사해달라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사건을 수사 중이다.

연세대는 아직 대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대책을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부는 “연세대가 올해 입시 일정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법원의 결정 취지에 부합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대책이 마련되는대로 공지할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덧붙였다.

연세대에 따르면 올해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966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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