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모텔 건물 불 [경기소방재난본부]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안산소방서 소속 119구조대 박홍규(소방위) 3팀장의 빠른 상황 판단은 상가 건물에서 치솟은 화재 속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7일 오전 3시38분께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6층 건물 1층 식당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박 팀장 측은 최초로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불이 난 건물 5층과 6층엔느 숙박업소가 2곳이 있었다. 심지어 화재 당시에는 수십 명이 투숙해 있었다. 투숙객 대부분이 잠든 새벽 시간대였던 만큼, 하마터면 대형 인명 피해가 빚어질 수도 있었다. 다행히 투숙객을 포함한 52명은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다.

박 팀장은 “처음 도착했을 때 불길이 가장 센 ‘최성기’로 열기와 연기가 최고조에 달했다”며 “‘5~6층에 모텔이 있다’, ‘살려달라는 신고가 계속 들어온다’는 무전이 엄청 들어왔다”며 연합뉴스에 전했다.

박 팀장 등 구조대원 5명이 먼저 건물 2층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열기가 너무 심해 도저히 올라갈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건물 구조를 유심히 살펴봤다. 박 팀장은 “층별 계단 쪽마다 큰 창문이 있어 2층에 올라가 도끼로 깨보니 생각보다 잘 깨졌다”며 “그래서 직원들에게 창문을 다 깨서 열기와 연기를 빼며 올라가자고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박 팀장의 판단이 맞았다.

열기와 연기는 깨진 창문 틈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박 팀장 등 구조대원은 구조자들이 몰린 5층과 6층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구조 작업은 이때부터 이뤄졌다. 5층 복도에는 1명이 쓰러져 기침을 하고 있었다. 객실 안까지도 연기가 차 있었다.

박 팀장은 “투숙객에게 마스크를 씌워 한 명씩 내려보내기 시작했다”며 “이후 다른 센터에서 구조팀들이 왔다. 아마 10번 정도 건물을 오르내리며 구조 및 인명 수색을 벌인 듯하다”고 했다.

박 팀장은 “31년째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다. 화재 현장을 보는 순간, 그 안에 모텔이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얼마 전 ‘부천 호텔 화재’가 생각났다”며 “그 화재로 인해 저희가 훈련도, 토론도 많이 했다.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구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안산 상가 화재에서 투숙객을 포함해 52명을 구조(자력대피 3명 포함)했다. 이 가운데 단순 연기흡입 증상을 보이는 31명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2명은 중상자로 분류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합동 감식으로 화재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