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힘든 광경” 고기불판 닮은 ‘이녀석’…마라톤 풀코스 완주 성공

- KAIST 개발 4족 보행로봇 라이보2
- 42.195km 4시간 19분 완주 성공


라이보2가 상주 곶감 마라톤 대회에서 주행하고 있다.[KAIST 제공]


라이보2가 상주 곶감 마라톤대회 완주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KA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토종 로봇이 세계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성공했다.”

KAIST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4족 보행로봇 ‘라이보2’가 17일 상주에서 개최된 제22회 상주 곶감 마라톤 대회 풀코스에 참가, 4시간 19분 52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로봇의 마라톤 도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사족보행 로봇의 최장 주행거리가 20km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1회 충전으로 43km 연속 보행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 교내 대운동장에서 저장된 GPS 경로를 따라 보행하는 방식으로 4시간 40분에 걸쳐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상주 곶감 마라톤은 14km 지점과 28km 지점에 고도 50m 수준의 언덕이 2회 반복되는 코스로,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에게도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보행 로봇에게는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도전적인 과제였다.

연구팀은 황보 교수가 자체 개발한 ‘라이심(Raisim)’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경사, 계단, 빙판길 등 다양한 환경을 구축하여 안정적인 보행이 가능하도록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보행 제어기를 개발했다.

특히 힘 투명성이 높은 관절 메커니즘을 통해 내리막길에서 에너지를 높은 효율로 충전하여 급격한 언덕을 오르는 데 사용한 에너지를 일부 흡수할 수 있었다.

상주 곶감 마라톤대회에서 완주한 라아보2가 메달을 걸고 있다.[KAIST 제공]


황보제민 교수 연구실에서 창업한 ‘㈜라이온로보틱스’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로봇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보행 로봇은 보행 특성상 지면 접촉 시 발생하는 충격으로 인한 주기적인 진동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하는 고난도 시스템이다. 개발 직후, 실험실 내 짧은 거리 실험에서는 연초에 이미 높은 효율을 기록했으나, 실제 마라톤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안전하게 4시간 이상 달리기까지는 ‘(주)라이온로보틱스’의 제조 기술이 큰 역할을 했다.

4족 보행로봇 라이보가 사람 못잖은 빠른 속도로 해변을 달리고 있다.[KAIST 제공]


기존 보행 효율 향상 연구들은 외부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부분은 변경할 수 없어 일부 부분만 제한적으로 개선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던 점에 비해, 연구진은 기구 설계, 전장 설계, 소프트웨어, 인공지능까지 모든 영역을 자체 개발하여 복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점을 효율 향상의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연구진은 라이보1 개발에 이어 라이보2를 새롭게 개발하며 모든 영역을 최적화했고, 특히 모터 드라이버 회로를 내재화하며 구동기 손실을 최소화하고 제어 대역폭을 높여 보행 효율과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성공한 라이보2와 KAIST 기계공학과 학생들.[KAIST 제공]


이충인 KAIST 박사과정은 “마라톤 프로젝트를 통해 도심 환경에서 라이보2가 안정적으로 배달, 순찰 등의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보행 성능을 갖추었음을 보였다”며 “후속 연구로는 라이보의 자율주행 기능을 추가하면서 산악, 재난환경에서도 세계 최고 보행 성능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보제민 교수는 “KAIST에서 개발한 기술로 만들어진 라이보2가 세계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며 “기존 로봇의 비해 3배정도 늘어난 주행 거리를 증명했고 안전성 또한 인정받은 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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