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만 큰다…커지는 트럼프發 저성장 쓰나미 우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세계 경제가 위축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수출이 성장 동력인 우리나라는 보호무역주의로 대표하는 ‘트럼피즘’의 영향으로 경제 기초체력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국책연구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25년 세계경제전망에서 미국 경제는 내년에도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경기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2.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5월 전망치(1.7%)보다 0.4%포인트 올랐다.

반면, 내년 세계성장률(3.0%)은 지난 5월 전망치(3.2%)보다 0.2%포인트 낮췄다. 미국 신정부의 공약들이 일부 이행되기 시작하면서 세계·중국 등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른바 ‘트럼피즘’ 강화로 성장 우위가 지속하는 미국과 다른 주요 선진국의 성장 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시욱 KIEP 원장은 “미국 경제가 안정화되면 보편관세는 실현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데 시기적으로는 내년보다는 내후년에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10∼20%의 세율을 부과하면 교역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하방압력이 더 클 수 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에선 이미 1%대 성장률 전망이 속출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IB 8곳이 제시한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9월 말 평균 2.1%에서 10월 말 평균 2%로 0.1%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HSBC 1.9%, 노무라 1.9%, 바클레이스 1.8%, 씨티 1.8%, JP모간 1.8% 등 5개 IB는 1%대 성장률을 내다봤다.

이미 우리나라 원화와 주식가치는 크게 뒷걸음치고 있다.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은 1398.8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8일 1288원 대비 8.6%가 상승했다. 최근 1400원대가 심심치 않게 뚫렸단 점을 감안하면 9월 1300원대 초반 대비 100원 가량이 2개월이 안 돼 올랐다. 엔화를 제외하면 가장 큰 폭의 가치 하락세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코스피는 작년 말 2655.28(종가 기준)에서 올해 11월 15일 현재 2416.86으로 8.98% 떨어졌다. 코스닥의 하락률은 20.90%(866.57→685.42)에 이른다. 최근 주요국 주가지수 가운데 올해 뒷걸음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유로스톡스50, 독일DAX, 영국FTSE100는 각각 6.04%, 14.68%, 4.27% 올랐다.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와 이미 시작된 시장의 폭락에도 금리 인하는 어렵다. 미국이 당장 12월부터 금리를 동결할 수 있을 확률은 페드워치상 40%를 오르내리고 있다. 17일 현재(오후 3시) 기준으론 38.1%다. 한달 전 13.9%에서 20%포인트가 넘게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14일(현지시간) 최근 미국 경제의 성과가 놀라울 정도로 좋은 덕에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고환율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금리를 전격 인하하긴 매우 어렵다. 아직도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금리가 높은 금리 역전 현상(1.50%포인트)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금리를 더 내리면 환율은 상방이 더 열린다.

미국이야 경기가 견조하니 금리를 낮추지 않아도 견딜 여력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더 암울하다. 일각에선 이에 금융안정보다 경기에 무게를 두고 금리를 전격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실장은 “금리인하가 저희 생각보다는 조금 늦어졌고, 그 부정적 영향이 생각보다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저희 생각보다 관세인상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2.0%)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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