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규탄 집회 연결’ 수능 링크…사이트 개설자 처벌될까[취재메타]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 지문에 삽입된 링크가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퇴진’ 관련 안내 사이트로 연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이트 이미지 캡처]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지난 14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 지문에 나온 인터넷 홈페이지 링크가 ‘윤석열 대통령 규탄 집회 안내’ 사이트로 연결된 사건을 두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다만 이번 사건에 대해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해당 사이트를 개설한 사람을 처벌하기 다소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평가원, 수사의뢰…경찰 “전체적 상황 파악 중”


충북경찰청은 지난 1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수사 의뢰를 받고 해당 인터넷 홈페이지 사이트 등을 입건 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15일 경찰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일단 해킹은 아닌 걸로 보인다”며 “수사 의뢰를 받았기 때문에 사실관계와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수능 국어영역 선택과목 ‘언어와 매체’ 40~43번 제시문에 기재된 사이트를 접속하면 ‘수험생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을 안내하는 웹페이지로 연결돼 논란이 일었다. 해당 문구 아래에는 ‘2024.11.16(토) 16시 30분 광화문앞 대로’라는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도 안내됐다.

2025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제시문에 나온 문제의 도메인(노란색 부분). 도메인에 접속하면 ‘윤석열 대통령 규탄 집회 안내’ 웹페이지로 연결됐다. [문제지 이미지 캡처]


경찰청은 “시험지 지문에 있던 도메인은 원래 ‘소유자가 없던 도메인’으로 불상인이 금일(14일) 구입 후 해당 문구가 현출되는 홈페이지를 운영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해킹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해당 링크는 출제 과정에서 임의로 작성된 것으로 해당 웹페이지는 시험 당일 문제지 공개 시점(10시 56분) 이후 만들어졌음을 확인했다”며 “문제지 정보를 임의로 활용한 사항에 대해 즉각 수사의뢰 조치했다”고 밝혔다.

수능 출제 기관인 평가원도 “수능 출제 문항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고, 교육적 목적으로 대외 공개한 출제 문항을 정치적 목적으로 임의 사용한 것에 대해 수사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 “사이트 개설자 처벌 다소 어려워 보여”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사이트 개설자를 처벌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처벌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적용 가능한 혐의도 기껏해야 평가원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는 ‘업무방해 혐의’ 정도일 것 같다”며 “문제된 웹페이지를 보면, 사이트 개설자가 ‘개인 홈페이지’라고 명시도 했기 때문에 실제 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논란이 된 웹페이지 안내 문구 하단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관계 없는 개인이 운영하는 페이지’라는 설명이 함께 기재돼 있다. [사이트 이미지 캡처]


IT 전문인 안일운 법무법인 비트 파트너 변호사도 “이번 사안이 명확하게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안 변호사는 “새로 등록한 도메인에 있는 웹페이지 내용 자체가 위법하다면 어떤 도메인을 등록하든 똑같이 처벌 받겠지만, 정부 규탄 집회를 안내하는 내용이 그 자체로 위법한 건 아니기 때문에 형사적으로 어떤 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더구나 평가원과의 관계를 부정하는 내용도 있었기 때문에 형사적 죄책을 구성할 가능성은 더 낮아 보인다”고 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사이트 개설자가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평가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신뢰성을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적용도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안은 평가원이 마치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에 (사이트 개설자가)부적절한 정보를 유포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라며 “기관이나 단체의 경우 명예훼손 적용이 잘 안 되는데, 특정 단체와 연관돼 있는 것처럼 허위 정보를 유포하게 되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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