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서 할머니가 제일 부자야” 시니어 고객 잡기 나선 은행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고물가 시대인 현시점에 맞춰 생각해 보니 노후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50대 이모씨)

내년부터 최대 954만명에 이르는 ‘은퇴준비생’인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9~1974년생)가 본격적으로 은퇴에 들어가고, 이들의 노후 자산관리 중요성이 커지면서 은행도 경쟁적으로 시니어 시장을 발굴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현재 각 사에서 운영 중인 은퇴후 자산관리 채널은 국민 13곳, 신한 8곳, 하나 8곳, 우리 2곳으로 총 31곳에 달한다.

지난달 문을 연 ‘하나더넥스트’ 을지금융센터 1호점 전경. 정호원 기자.


일부 은행은 무료로 고객 제한 없이 노후설계 상담을 제공하는 등 외연 확장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1일 시니어 특화브랜드 ‘하나더넥스트’를 출범하고 을지금융센터에 1호점을 열었다. 상속, 증여, 건강관리 등 은퇴를 앞둔 시니어층을 대상으로 고객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센터에서는 상담에 집중해 상품은 판매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은행 창구, 보험사, 증권사 등 관련 창구로 안내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주거래 고객 여부와 상관없이 무료로 은퇴자산관리 전문가와 일대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2020년 은퇴자산관리 전문상담센터인 ‘KB 골드라이프 연금센터’를 전국 13곳에서 운영 중이다. 지난 9월부터는 KB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전화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당행 고객을 대상으로 ‘신한연금 라운지’를 운영 중이다. 신한연금 라운지에서는 ▷통합 연금 컨설팅 ▷현금흐름 진단 ▷전문가 상담 ▷평생소득아카데미 ▷취미여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연금 종합 컨설팅, 주택연금 심화상담, 유언대용신탁과 상속 및 증여, 건강보험, 노후자산 관리 등에 대한 상담이 가능하다. 그 외에 서울과 부산 2곳서 ‘퇴직연금 플라자’, ‘신탁라운지’ 1곳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퇴직연금 플라자에서는 퇴직연금 1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대면 상담을 제공한다.

이 같은 시니어 상담 창구에서는 직장 은퇴 이후 노후 설계부터 세무 상담까지 다양한 상담이 이뤄진다. 나영 하나더넥스트 팀장은 “은퇴와 동시에 건강보험이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변경되면서 추가로 세금이 발생하는 등 고객의 노후설계에 변화가 생겨 어떻게 절세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지 등을 안내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미 은퇴설계를 끝마친 이들은 노후자금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법과 상속에 대한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나 팀장은 “투자자의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을 배분해 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권하기도 한다”면서 “초기에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유지하다가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채권, 현금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며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상속을 고민하는 고객은 ‘하나 더 넥스트’와 ‘신한 신탁라운지’에서 유언대용신탁 및 상속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운용수익을 받다가 사망 이후 미리 계약한 대로 자산을 상속·배분하는 계약을 말한다.

은행들이 시니어 맞춤형 서비스에 주력을 다 하게 된 이유는 앞으로 고령인구와 이들의 자산 규모가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앞두고 있지만 시니어층의 은퇴 준비는 아직 부족하다고 나타났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이달 발간한 ‘5060 시니어의 The Next 라이프’에 따르면 5060세대 중 제대로 은퇴 준비가 됐다고 말한 사람은 10명 중 2명에 그쳤다.

이경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영전략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지금 은퇴를 앞둔 세대는 소위 ‘액티브 시니어’로 정년퇴직 후에도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갖추며 사회적으로 활발히 활동한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액티브 시니어층의 인구 규모 자체도 크고 자금력도 강하기 때문에 은행은 이들 고객을 잡기 위한 전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