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르나 했는데”…트럼프 리스크에 글로벌 채권시장 ‘암울’

美·신흥국 모두 올해 상승분 반납
‘트럼프 리스크’에 줄줄이 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하원 공화당원들과 만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올해 세계 각국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에 되살아나던 글로벌 채권 시장이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공약 리스크에 세계 최대 채권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위험 시장으로 분류되는 신흥국까지 투자자들이 채권을 앞다퉈 매도한 결과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에 따른 무역 전쟁 발발 우려, 달러 급등 등으로 신흥국 현지 통화 표시 채권에 대한 전망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블룸버그 개발도상국(EM) 채권지수는 10월 초 이후 3.5% 하락했으며 올해 누적 상승률도 2% 미만으로 축소됐다. 이 같은 하락세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가속화됐는데,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이 신흥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기에 시장 유동성이 늘면 경제성장률이 높은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된다. 신흥국은 미국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기 때문에 채권의 매력도도 더 높다.

그러나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신흥국 채권의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있다.

채권 투자자들은 미국 달러화 강세 탓에 신흥국 중앙은행이 더 오랫동안 금리를 높게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달러 환경에서 신흥국이 함부로 금리를 내릴 경우 자국 통화 약세를 더욱 부추겨 무역 침체가 심화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달러인덱스)는 이날 106.73으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 국채 금리가 뛰고 있는 점은 신흥국 채권 매도를 부채질할 수 있다. 피닉스 칼렌 소시에테제네랄 전략가는 “미국 채권 금리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신흥국 채권 유입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신흥국 국가들이 새로운 무역 제재 대상국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를 높이는 요인이다. 베트남, 멕시코, 캐나다 등을 경유한 우회 수출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신흥국을 중심으로 무역적자 책임론이 부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흥국 채권 금리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존 해리슨 TS 롬바드 신흥시장 거시 전략 담당 상무는 “신흥시장 투자자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높은 관세 부과 조치일 것”이라며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으로 모든 신흥시장 자산의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채권 시장도 동력을 잃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미국 국채지수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연방준비제도(Fed)가 4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9월 17일 4.6%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현재 0.7%까지 하락했다. 견조한 미 경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에 따른 재정 적자 급증 우려로 국채 금리가 뛰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1989년 이래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든 지 2개월 만에 국채 금리가 이렇게 크게 상승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미 국채 가격도 당분간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크 다우딩 RBC블루베이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는 “(현 4.6% 수준인) 미국 30년물 금리가 5%로 상승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세금 인하를 통해 재정 적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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