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이번 주 투자자들은 국내외 증시 향방을 가를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 촉각을 세울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오는 20일(현지시간·한국시간 21일 새벽)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엔비디아 주가는 인공지능(AI) 칩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키면서 뉴욕증시 지수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나올 엔비디아 실적은 기술주와 AI 관련주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증시가 부진하기 때문에 엔비디아의 실적이 다시 한번 인공지능(AI) 랠리를 촉발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대목이다. 지난 15일 뉴욕증시는 미국 대선 이후 시장을 이끈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인 수혜주에 돈이 몰리는 현상)’의 차익 실현 물량과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 등에 급락한 바 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7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3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24% 각각 하락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3.25% 급락하면서 다른 반도체와 AI 관련주의 급락을 이끌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3.42%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방향성을 위해 엔비디아 실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개렛 멜슨 글로벌 자산운용사 나틱시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저 투자전략가는 “시장이 방향성을 찾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실적이 꽤 강하다면 투자와 거래 모멘텀이 여전히 있다는 것을 뜻하고 위험 선호를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엔비디아 ‘서프라이즈’가 지속되고 있지만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서프라이즈 강도가 점점 둔화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지난 2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22% 급증한 300억달러(약 40조2000억원)로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 287억달러를 4.5% 웃돌았다.
마크 루쉬니 자산운용사 제이니 몽고메리 스콧의 투자전략책임은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LSEG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80% 이상 증가한 330억달러, 순이익은 184억달러로 각각 전망된다.
지난 8월 엔비디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3분기 매출을 325억달러로 예상했다. 2분기 매출은 300억달러, 주당순이익은 0.68달러로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287억달러, 0.64달러를 모두 웃돌았다.
그럼에도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7% 넘게 하락했다. 2분기 실적과 3분기 실적 전망 모두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지만, 이전보다 상회 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엔비디아를 마지막으로 미국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마무리된다. S&P500 지수 기업들의 실적 증가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데,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2배를 넘어서고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한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실적이 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뒷받침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가운데 지난주 국내 증시의 부진을 이끌었던 반도체주의 향방에 이번 엔비디아 실적이 투자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코스피가 15일 소폭 내려 사흘째 2410대에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 |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1~15일) 코스피 지수는 한 주 동안 144.29포인트(5.63%) 급락한 2416.86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57.96포인트(7.8%) 내린 685.42에 마감했다.
특히 지난주 코스피에서는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크게 하락했다. 시가총액의 10%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4년 5개월 만에 ‘4만전자’로 급락하기도 했으며, SK하이닉스도 한 달여 만에 주가가 17만원대로 밀렸다.
그런 가운데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할 경우 삼성전자 주가가 의미 있게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삼성전자 주가는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수요 둔화 우려로 인해 5만원대가 붕괴됐다가 지난 15일 장 마감 이후 발표한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소식으로 겨우 5만원대를 회복했다.
삼성전자가 힘 받을 경우 코스피도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해석도 나온다. 코스피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2400선 초반까지 내렸는데, 시가총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영향이 컸다고 분석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저번 주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코스피에서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트럼프 당선 영향이 반영되며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5.63%와 7.80% 급락했다”며 “반도체와 2차전지 낙폭이 두드러진 가운데 이번 주 엔비디아 실적이 관건”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