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해외증권투자 개미비중 역대최대 ‘34%’ [투자360]

올해 서학개미, 해외증권 투자 ‘큰손’ 굳히기
개인투자 비중 ’19년 6.8%→올해 33.6%로 급증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우리나라의 전체 해외증권투자에서 개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해외 주식 투자가 급증한 데 이어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해외채권 투자 열풍까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서학개미들의 이같은 해외매수 열풍이 외환시장에서 달러 강세에까지 영향을 주는 수준이 됐다고 진단했다.

1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및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 1~8월까지 개인투자자가 속하는 비금융기업의 증권투자 비중은 전체의 33.6%(203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대치다. 금융기관을 제외한 투자 주체인 비금융기업은 주로 개인으로 구성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2019년엔 6.8%에 그쳤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2020년(32.2%) ▷2021년(26%) ▷2022년(26.1%) 순으로 커졌다.

이는 1위인 자산운용사와 보험사 등이 포함된 기타금융기관(34%·205억달러)과 비교해도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연기금이 속한 일반정부는 149억달러를 기록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국인의 해외 증권 투자 규모는 외국인의 국내증권 투자 수준과 유사한 정도로 커졌다”면서 “해외 대체 자산 투자가 늘었고 미중 무역 분쟁 대응으로 인한 북미 투자 확대 등으로 해외 직접 투자 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인들의 해외 주식 투자 수요가 미치는 영향력은 한층 더 강화된 모습이다. 비금융기업의 해외 주식 투자는 2020년 이후 월 평균 10억달러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작년 12월 한달 동안 19억달러가 줄더니 올 3월에만 25억달러가 증가하는 등 시장 상황에 따라 편차가 큰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이 기대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인들의 해외채권 투자 수요 역시 커졌다는 설명이다.

서학개미의 ‘최애’는 단연 미국이었다. 지난해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 대상국을 살펴보면, 미국이 59.2%(1위)로 가장 컸다. 2019년까지만 해도 50%(44.6%)를 밑돌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60% 수준까지 성장했다. 지난 7일엔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40조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연합 비중은 25.2%에서 14.4%로 줄었다. 이 밖에도 중남미(4.6%), 일본(3.1%), 동남아(2.9%), 중국(2.0%)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서학개미들의 폭증한 해외 투자가 달러 변동성을 키운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국내 주식시장 속에 투자 수익률을 높이려는 요구가 맞물리며 해외주식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개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투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며 환율상승 압력 등 외환 수급에 미치는 영향력도 점차 커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증시가 대선 이후 연일 강세장을 펼치고 있어 당분간 서학 개미들의 환전 수요는 강달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의 힘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크다. 2020년 당시의 흐름을 연상케 할 정도”라며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대응이 지속되는지 여부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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