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스테이트’ 주장…부처 취지와 상반된 인사 지명
충성파 발탁하며 ‘백악관 집중화’ 노려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최근 2기 행정부 인사를 연이어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권력 지형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득권을 해체한다는 명분 하에 자신의 충성파 인사들을 주요직에 채워넣으면서 중앙집권화를 꿈꾼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워싱턴 기득권층에 충격을 가하는 ‘지각 변동’을 시사했다”며 ‘딥스테이트(deep state·기득권 관료 집단)’에 대한 반감을 이용해 파격 인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당선된 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워싱턴을 무너뜨리기 위한 활동에 돌입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기간 동안 기득권 관료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1기 당시 공무원들의 비밀 집단인 딥스테이트가 국정 운영을 방해해 왔다는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다. 딥스테이트는 국가 운영에 뿌리 깊게 개입돼 있으면서도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딥(deep·깊다)’이라는 표현이 쓰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러한 딥스테이트를 청산한다는 명분 하에 부적절한 인사를 내고 있다고 NYT는 평가했다. 차기 공보 비서관으로 지명된 캐롤라인 레빗은 “트럼프 당선인이 워싱턴을 변화시키기 위한 ‘권한’을 부여 받았다”며 “그가 지명한 인사는 이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재능, 경험, 필요한 기술을 갖춘 자격을 갖춘 남성과 여성을 계속 임명할 것”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인사로는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법무부 조사를 받았던 맷 게이츠 법무부 장관 지명자와 코로나19 확산 당시 ‘백신 음모론’을 펼쳤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가 있다. NYT는 이러한 인사가 일종의 실험이라며 “이들이 임명된다면 자신이 이끄는 부서를 폭파하려는 충성파 인사들을 배치하는 데 성공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성보다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친분으로 발탁된 인사도 상당하다. 트럼프 당선에 크게 기여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공화당의 대선 경선 후보였던 비벡 라마스와미와 함께 정부효율부의 공동 수장으로 지명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성명에서 정부효율부가 기존 연방정부의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와 낭비성 지출을 줄이며 연방 기관 구조조정의 기틀을 닦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법무차관에 자신의 ‘성 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의 변호인이었던 토드 블랜치를 지명했다.
파격 인사의 최종 목표는 백악관 중심의 중앙집권화로 풀이된다. 정권 교체를 다룬 ‘평화로운 권력 이양’의 저자 데이비드 마칙은 “딥스테이트가 너무 크고, 너무 강력하다는 트럼프의 믿음 때문에 주요 정부 기관을 하위 기관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방심할 수 없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은 상원 인준을 우회할 방법을 찾고 있어 의회의 행정부 견제까지 무력화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 상원에서 지도부가 되고자 열망하는 공화당 상원의원은 누구든지 반드시 상원에서의 ‘휴회 임명’에 동의해야 한다”며 “이것이 없으면 적시에 (필요한) 사람들을 인준 받을 수 없다”고 상원을 압박했다.
민주당 소속 톰 대슐 전 상원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은 임기 첫날 독재자가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임기 전에 (독재자 같은 행동을) 시작했다”며 “견제 역할을 하는 상원에게 이 상황은 매우 중요한 시험대”라고 지적했다.
주요 언론도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NYT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인사를 두고 “혼란스럽다. 격변에 더 가깝다.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는 파격 인사를 통해 힘의 균형을 재조정해 백악관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려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