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구직상담과 실업급여신청을 위해 시민들이 방문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올해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판매직 고용이 전년 보다 11만먕이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수준으로 악화된 것이다.
특히 판매직 고용 한파로 청년층 고용은 5만명가량 감소돼 고용시장 활력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10월 월평균 판매 종사자는 251만8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명 줄었다.
7차 표준직업분류 기준이 적용된 2013년 이후 1∼10월 기준 세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2020년(-12만7000명)과 2021년(-13만2000명) 다음으로 많다.
판매 종사자는 온라인 상거래 증가, 키오스크 확대 등 영향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지만 내수 상황에 따라 진폭이 크다.
팬데믹 영향으로 2021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가 2022년(9만4000명), 2023년(5만5000명)에는 감소 폭이 크게 둔화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감소 폭이 다시 커졌고 결국 10만명을 또 넘어섰다.
월별 추이에서도 판매직 감소 폭은 최근 증가세가 뚜렷하다. 지난 5월 1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7만1000명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늘면서 지난 달 11만9000명을 기록했다.
수출 호조에서도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인해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내수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 상황이 악화한 결과라는 풀이가 나온다.
내수는 서비스 소비에 비해 재화 소비인 소매판매가 특히 부진한 모습이다.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은 1년 전보다 1.9% 감소하면서 ‘역대 최장’ 10개 분기째 줄고 있다. 판매직 고용 한파는 이런 소매판매의 누적된 부진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판매직 고용 한파는 청년층에 집중됐다. 연령별로 보면 올해 줄어든 판매직 11만명 중 절반에 가까운 5만1천명이 15∼29세 청년층이었다.
50대가 3만1천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30대(3만600명), 40대(6400명) 등 순이었다. 60세 이상에서는 오히려 9천명 증가했다.
감소율 기준으로도 청년층이 13.5%로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청년층 인구 감소율(2.8%)의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노동시간이 짧고 임금이 낮은 청년층 일자리가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부진으로 매출이 장기간 회복되지 못하면서 알바생 고용을 중단하고 자영업자가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판매직 감소의 상당수는 저임금 청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에 따른 고용 위축은 최근 도소매업·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심화하는 양상이다. 지난 달 도소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4만8천명 줄며 3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도소매업은 8개월째 취업자가 줄고 있다. 건설업도 9만3천명 감소하며 6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했다.
‘내수 빙하기’가 길어지면서 올해 정부의 고용 목표 달성 여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정부가 지난 7월 전망한 올해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3만명이다. 하지만 10월까지 취업자 증가 폭은 18만4000명에 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2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건설업 부진 등을 이유로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을 당초 20만명에서 18만명으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