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건물·토지 모두 몰수”
2심 “건물만 몰수…토지 경제적 가치 커”
대법, 원심(2심) 판결 확정
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성매매를 알선한 방조범의 건물을 몰수한 것은 적법하나 토지까지 몰수하는 것은 과다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죄질에 비해 토지의 경제적 가치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성매매알선 혐의를 받은 A씨 등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의 토지가 아닌 부동산만 몰수하도록 한 원심(2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확정했다.
A씨 등은 2019년 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영등포구 성매매 집결지에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았다. 건물주 A씨는 그의 아내가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것을 알면서도 건물을 제공해 성매매 알선을 방조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성매매 알선의 방조범으로, 그의 아내는 성매매 알선의 주범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실형 및 추징금 3300여만원을 선고했다. 동시에 건물 및 토지에 대한 부동산 전체의 몰수를 명령했다. 아내 B씨에 대해선 징역 1년 실형 및 추징금 3300여만원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정유미 판사는 지난 2월, 위와같이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소유한 토지 및 건물은 성매매 집결지에 있는 부동산”이라며 “1층에 통유리가 설치된 유리방이 있고 2층에 여러 개의 방이 있어 전체가 성매매 영업에 적합한 구조”라고 봤다.
이어 “A씨는 오랜 기간 이를 성매매 업소 운영에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토지 및 건물을 모두 몰수함으로써 성매매 업소 운영의 물적 기반을 근원적으로 제거해 재범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도 형량 및 추징금에 대해선 판단이 같았지만 몰수 부분이 달랐다. 2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2-2형사부(부장 김지숙)는 지난 5월, A씨의 부동산 몰수 처분을 취소했다. 토지 대신 건물만 몰수하도록 했다.
2심 재판부는 “토지까지 몰수하는 것은 비례원칙에 반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그 이유에 대해 2심 재판부는 “토지는 건물과 별개의 부동산”이라며 “토지는 재개발이 본격 진행될 경우 건물에 비해 실질적 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건물을 몰수하는 이상 그 대지인 토지를 몰수하지 않더라도 동종 범죄를 실행할 위험성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원심(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건물만 몰수하도록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