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지사·법무장관들, 논란 정책 시 법적 대응 고려
캘리포니아 주지사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기본권 보호해야”
매사추세츠 주지사 “이민자 추방 절대 돕지 않을 것”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이어 의회 상·하원에서도 다수당을 차지하는 ‘레드 스위프(Red Sweep)’에 성공하자 민주당이 주지사와 주 법무장관들을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17일(현지시간) 미 전역의 민주당 소속 주 법무장관들이 민주당법무장관협회(DAGA)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있으며,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의 정책에 저항하기 위해 주지사들과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책이 나올 경우 법적 다툼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과 더불어 공화당이 상·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차기 행정부에 대한 견제 수단이 필요하는 입장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주지사와 주 법무장관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7일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대응하기 위해 주 의회에 다음 달 2일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다. 뉴섬 주지사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캘리포니아의 가치와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티티아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도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법적 조치를 조율하는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에 대한 민사 소송을 진행했던 제임스 법무장관에 대한 처벌을 주장하며 정치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마우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지난 7일 MSNBC 인터뷰에서 매사추세츠의 경찰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을 절대 돕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아 캠벨 매사추세츠주 법무장관 역시 여성 재생산 권리와 총기 규제 등에 대해 “법치주의와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의 방향성을 진정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더힐에 전했다.
매튜 플랫킨 뉴저지주 법무장관은 더힐에 “트럼프 행정부가 합법적으로 운영된다면 우리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지만 법을 위반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주민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 놀렛 마르케트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레드 스위프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보수화로 민주당의 정책적 영향력이 연방 차원에서 줄어들었다”면서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정당들은 주 장관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분석했다.
놀렛 교수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의 주 법무장관들이 트럼프 1기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130여 건의 법적 소송에서 승소율은 83%로 조 바이든 행정부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공화당 출신의 법무장관들이 제기한 소송들의 승소율보다 높았다.
다만 그는 “트럼프 당선인으로 인해 미국 사법부의 보수 우위 구도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민주당으로선 법적 다툼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민주당의 반발은 트럼프 당선인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인사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일부 후보자들의 자격과 판단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일례로 맷 게이츠 법무부 장관 지명자 인준에 대해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게이츠 지명자는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논란이 되고 있는 데다, 변호사 경력 등 전문성 면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미성년자 성매매 외에도 불법 약물, 선거 자금 개인 용도 사용 등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아 왔다.
민주당 출신의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더힐에 “우리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배운 것은 그가 법을 어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주 법무장관들이 지난 수개월 동안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들과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 보고서를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