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후 항소 방침을 밝힌 가운데 검찰 역시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항소심에서는 ‘김문기 모른다’ 발언과 ‘백현동 용도변경 국토부 협박’ 발언을 놓고 치열한 증거 다툼과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은 사건을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했고 그 결과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2022년 9월 기소한 바 있다. 법원은 이러한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으며 “이 대표는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전파성이 높은 방송에서 거짓말을 반복해 유권자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 계획을 밝혔다. 그는 “현실의 법정은 아직 2번 더 남아 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며 1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부터 상급심에서 다시 다툴 것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에서 이뤄질 항소심에서는 ‘김문기 모른다’ 발언과 ‘백현동 용도변경 국토부 협박’ 발언을 놓고 치열한 증거 다툼과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1심이 인정한 선거법 위반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김문기씨 사망 직후인 2021년 12월 22일부터 29일까지 이 대표가 방송사 인터뷰 등에 출연해 김씨에 관해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며 총 4차례 관계를 부인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두 사람이 2015년 1월 해외 출장을 간 사진을 공개하며 함께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방송에서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사진 중의 일부를 떼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라고 김씨와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허위 발언한 혐의도 있다.
이에 관해 1심은 일반 선거인의 기준에서 김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의미로 인식될 수 있고, 이 대표가 해외 출장 기간 중 공식 일정에서 이탈해 김씨 등과 골프를 함께 친 사실이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 대표는 사진이 조작됐다는 발언일 뿐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 아니고, 해외 출장 당시 김씨 등과 함께 골프를 친 기억이 없으며 김씨와 골프를 쳤는지는 허위사실 공표의 대상이 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기소사실인 ‘국토부 협박’ 발언의 경우 공문 등 각종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실제 국토부 협박이 있었는지, 허위 발언으로 볼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이 불거지자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용도변경은) 국토부가 요청해서 한 일이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며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한 바 있다.
1심은 성남시 공무원들의 진술과 국토부 공문 등을 근거로 이 발언이 허위이고 “스스로 검토해 백현동 부지 용도지역을 변경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정에 출석해 증언한 성남시 담당 공무원들은 모두 국토부가 이 사건 의무조항에 근거해 용도지역 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압박 내지 협박한 사실이 없다거나 그런 말을 못들었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결심공판에서 “당시 용도변경을 담당했던 주무과장이 저에게 ‘(국토부에서) 많이 깨졌죠. 뭐’라고 해서 제가 그 이야기를 나중에 해달라고 했는데, 법정에 와서는 ‘그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 측은 국토부의 ‘압박·협박’을 뒷받침할 증인을 2심에서 신청하거나 관련 서류 등 추가 증거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검찰은 이 대표가 ‘김씨를 몰랐다’고 한 발언 자체는 선거법이 금지한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1심 판단을 두고 항소심에서 다툴 것으로 보인다. 1심은 이 대표가 김씨와의 업무적 교유행위는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외 ‘몰랐다’는 말이 다른 구체적 교유행위를 부인하는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하위 실무자였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고, 표창도 수백 명을 줬을 텐데 어떻게 기억하겠냐”는 이 대표 발언이 업무적 교유는 인정했다고 볼 수 있는지, ‘누군가를 모른다’는 말이 선거법상 허위 발언 대상인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다른 판단을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