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부가티 거친 로터스 디자인 총괄 “다양성, 車업계 핵심 트렌드”

하이퍼GT카 에메야 출시 맞춰 방한
밴 페인 로터스 디자인 총괄 부사장 인터뷰
“차량 디자인 과정서 출시 국가 도로환경도 고민”
“다양성의 나라 한국서 충분히 사랑받을 것” 확신
“신형 에메야, 경량화·디자인·경제성 모두 잡아”


밴 페인 로터스 디자인 총괄부사장이 최근 강남에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로터스의 디자인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로터스코리아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해외에 출장을 가게 되면 그 나라의 도로를 유심히 살펴봅니다. 완성차 디자인은 도로와 주위 환경 안에서 주행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거든요.”

최근 하이퍼GT 전기차 ‘에메야’ 출시에 맞춰 한국을 찾은 밴 페인 로터스그룹 디자인 총괄부사장은 “강남의 화려하게 잘 정돈된 메인거리와 옛 모습을 간직한 좁은 골목길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로터스 플래그십 전시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페인 부사장은 “다양한 브랜드의 형형색색 자동차가 주차돼 있는 강남의 모습을 보면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한국의 문화를 느끼게 된다”면서 “로터스도 한국시장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고 간다”고 강조했다.

영국 출신인 페인 부사장은 코번트리대학교와 왕립예술대학을 거친 세계적인 차량 디자이너로 새로운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03년 학교를 졸업하고 폭스바겐과 포드에 몸담았던 그는 이후 프랑스 고성능 자동차 제조사 부가티와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 마틴을 거쳤다. 로터스에 합류한 것은 2018년이다. 이후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드쉽 스포츠카 에미라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엘레트라 등 굵직한 작품들을 세상에 내놨다.

그가 내놓은 차량들은 ‘경량화’라는 로터스의 철학을 지키면서도, 실용성을 함께 고민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로터스의 현 시점에 맞게 다양한 국가에서 판매될 ‘다양성’도 돋보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밴 페인 로터스 디자인 총괄부사장이 최근 강남에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로터스의 디자인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로터스코리아 제공]


페인 부사장은 “현재 산하 팀에는 19개국의 국적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포진해, 제품을 생산하는 데 다양한 영감을 주고 있다”라며 “한국인 디자이너도 팀에 포함돼서 항상 작업을 같이하며 서로 영감을 주고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디자인이 멋져도 기능이 없어서는 안된다는 개인적인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서 “기능에서 출발하고 거기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방식을 생각해보라고, 항상 동료 직원들에게도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에서 탄생한 에메야는 세단스러운 승차감과 큰 차체를 갖춘 동시에, 고성능 차로서 탁월한 주행성능을 갖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차량 크기는 현행 로터스 라인업 중 가장 큰 모델로 5139㎜의 길이와 3069㎜의 휠베이스를 자랑하고, 최대 509ℓ의 넉넉한 트렁크와 31ℓ 프렁크(엔진룸이 빠진 전기차 앞부분의 보관공간)도 탑재했다.

라인업 최상위 모델인 에메야 R은 듀얼 모터 AWD 시스템을 통해 918마력의 압도적인 출력을 뿜어낸다. 0→100㎞/h 가속은 불과 2.78초에 마칠 수 있다. ‘Cd 0.21’의 공기저항계수와 150㎏ 이상의 다운포스 성능으로 무게중심이 낮게 깔린 안정적인 주행성능도 선보인다.

차량 디자인은 두줄로 이뤄진 날렵한 헤드램프에서 시작되는 전면부와 강인한 느낌을 주는 큼지막한 프론트리어, 여기에 비교적 두툼한 후면부 디자인을 갖추면서, 전체적으로 차량 전면부에 힘을 준 느낌이다.

페인 부사장은 “차륜(바퀴)에 무거운 부품들을 주로 배치하되, 앞뒤 무게비중이 50대 50으로 균등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서 차량에 안정성을 주려고 노력했다”면서 “가볍지만 제련이 힘든 알루미늄을 차체의 소재로 사용하면서 무게를 줄였고, 그러면서도 곡선형 유려한 외관을 만들려고 많이 노력해 공기저항도 줄였다”고 강조했다.

밴 페인 로터스 디자인 총괄부사장이 최근 강남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로터스의 디자인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로터스코리아 제공]


실내는 럭셔리와 고성능, 지속가능성의 키워드를 모두 충족한다. 나파 가죽과 정교한 금속 장식, 영국 KEF 프리미엄 오디오가 최상의 고객 만족감을 전달한다. 운전자는 로터스 하이퍼OS 인포테인먼트가 탑재된 15.1인치 HD OLED 디스플레이에서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해당 시스템은 언리얼 엔진 게이밍 기술로 구동되어 운전자의 메뉴 조작에 빠르게 반응하도록 했다.

‘다양성’을 강조한 그의 디자인 철학은 차량에 탑재된 ‘액티브 서스펜션 시스템’에서도 묻어난다. 해당 기능은 차체가 전체적으로 높을 떄와 낮을 때 차고를 25㎜까지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주행감이 편안한 고속도로에서는 차체를 낮춰 펀드라이빙을 즐기고, 요철과 방해물이 많은 일반 도로에서는 차량을 파손시킬 위협을 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로터스가 에메야 출시를 통해 한국시장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최근 하이퍼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레이싱 산업의 보편화로 펀드라이빙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로터스도 이번 에메야를 동급 대비 합리적인 1억4800만원(베이스 기준)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페인 부사장은 “로터스는 경량화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가운데 다양한 것을 시도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여기에 맞춰 새로운 차를 내겠다”라면서 “다양한 차를 사랑하는 한국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로터스는 꾸준히 만족스러운 차를 생산하겠다”라고 말했다.

밴 페인 로터스 디자인 총괄부사장이 최근 강남에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터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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