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영상통화 없이 문자로만 대화한다면 의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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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연애를 빙자해 사기를 쳐 약 14억원 상당을 편취한 로맨스스캠(연애빙자사기) 국제사기단 총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의 범행 대상은 20대 남성부터 40대 여성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경찰은 문자로만 대화하면서 심리적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한 범죄라고 설명했다.
19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피해자 14명으로부터 총 68회에 걸쳐 14억원 상당을 편취한 로맨스스캠 국제사기단 국내 총책인 러시아 국적 A(44)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11명이 사기 등 혐의로 검거, 그 중 9명이 구속됐다.
일당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범행을 저질렀으며, 9개 시도청에서 12건의 고소장이 접수됐다. 피해자 중에서는 1억3000만원에 달하는 대출까지 받아 1억6500만원의 피해를 보기도 했다.
로맨스스캠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압수물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
일당은 다양한 직업으로 피해자를 속였다. 시리아 파병 미군, UN직원, 유학생 등을 사칭하며 피해자에게 다가가는 식이다. 프로필에 가짜 사진이나 경력을 게재하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친구요청 등을 통해 접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며 친분을 쌓고 결국 연인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들키지 않기 위해 실제 전화나 영상통화를 거는 일은 극히 드물고, 문자로만 대화를 했다.
이후 수법은 비슷하다. 별의별 핑계를 대며 금품을 갈취하는 것이다. 20대 남성에게 사기를 친 일당은 자신을 미국 유학생이라고 소개하며 연인 관계로 발전한 뒤 “이탈리아 디자이너 회사에 취업했는데 계좌가 묶여 있어 풀어야 한다. 해제비용을 빌려주면 변제하겠다”고 속여 약 2주간 8회에 걸쳐 2900만원을 뜯었다.
50대 남성에게 해외에서 근무하는 군의관을 사칭하며 네이버 밴드로 접근, 연인 관계로 발전하자 “UN과 우크라이나로부터 보상받은 금괴를 보내려고 하는데 대신 받아달라”고 속여 1220만원을 편취하기도 했다.
로맨스스캠 일당이 통관비를 대신 납부해달라며 40대 여성을 꾀어내 1억6500만원을 뜯어냈다. [서울경찰청 제공] |
최근에는 허위사이트로 유도해서 피해자가 가짜 정보를 확인하게 하는 등 속이는 수법도 고도화되고 있다. 선박 조향사를 사칭해 인스타그램으로 접근한 40대 여성에게는 “짐을 보낼테니 통관비를 대신 납부해주면 변제하겠다”고 속여 약 한달 간 17회에 걸쳐 1억6500만원을 뜯어냈다.
문제는 로맨스스캠 범죄의 경우 현행법 상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에 해당되지 않아 범행 이용계좌를 지급정지 하는 등 임시조치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찰은 “로맨스 스캠 범행에 이용되는 계좌는 한국에 입국했던 외국인이 출국할 때 판매한 대포통장이었는데, 명의자가 체류기간 만료 후 출국했다면 이용이 정지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찰청은 “악성사기 범죄인 로맨스스캠에 대한 집중 수사체계를 구축하고 범행단서 분석 등을 통해 각 시도청별 분산된 연관사건을 취합해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NS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이 금전을 요구할 경우 현혹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범죄 관련성을 확인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