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하던 형사 사건에서 압수된 현금을 피해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가로챈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경찰관은 증거 분석실에 보관돼 있던 압수된 현금 3400여만원을 직접 훔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챗GPT를 사용해 제작] |
광주지법 해남지원, 지난 7일 징역 2년 선고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담당하던 형사 사건에서 압수된 현금을 피해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가로챈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관이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경찰관은 증거 분석실에 보관돼 있던 압수된 현금 3400여만원을 직접 훔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단독 전경태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업무상횡령, 증거인멸, 증거은닉, 절도,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이모(48)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전남경찰청 완도경찰서 소속 경위였던 이씨는 2019년 12월 러시아 국적 피의자들의 강도치상 사건을 담당하던 중 압수된 현금 92만8000원을 피해자 A씨에게 돌려주지 않은 채 임의로 소비하고, 압수된 카드 2매를 자신의 사무실 책상 서랍에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이씨는 근무하던 수사과 형사팀 사무실에서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를 이용해 ‘압수물 환부(환부) 청구서’와 ‘압수물 환부(가환부) 영수서’ 파일에 각각 A씨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직업, 연락처, 주거지 등을 입력·출력한 뒤 성명불상자의 무인(손도장)을 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특히 자신의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계정에 접속해 A씨에게 압수물을 돌려준 사실이 없는데도 압수물 처분결과 등록에 ‘환부’라는 허위 내용을 입력·저장한 뒤 그 내용이 반영된 압수물 총목록을 출력, 기록에 편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2022년 무렵 직접 압수물을 훔치는 절도 범행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8개의 도박사건을 담당하던 이씨는 해당 사건들의 압수물인 현금이 수사지원팀 통합증거물 분석실 등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2022년 10월 새벽께 분석실에 들어가 압수물 봉투 안에 있던 현금 180만원을 훔친 것을 비롯해 작년 9월까지 총 15차례에 걸쳐 합계 3400여만원을 자신의 은행 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범죄 예방·진압 및 수사를 주된 본분으로 하는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형사사건 증거로 사용되는 압수물을 마음대로 훔치거나 횡령해 형사사법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그 과정에서 사문서위조와 공전자기록위작 등을 반복하고 그렇게 위조되고 위작된 문서와 전자정보를 행사했다”며 “후배 경찰관들에게 사건을 재배당받아 절도와 횡령 범행을 용이하게 하기도 했는데 그 범행수법 또한 매우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일반시민의 모범이 돼야 할 피고인이 각 범행으로 인해 경찰조직과 대한민국 사법질서에 대한 국민 신뢰를 상당히 훼손하고, 함께 근무하는 동료 경찰관들에게 적지 않은 자괴감과 상처를 입게 한 점에 비춰 볼 때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전 부장판사는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다시는 재범을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고, 1차 구속영장 심문절차에서 약속한 것보다는 다소 시간이 지체됐으나 결국 횡령 및 절도 금액 상당액을 공탁했다”며 “피고인이 이번 범행으로 경찰관 직에서 파면됐고, 징계부가금 1억7200여만원의 징계처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지난 12일 항소했다. 검찰도 같은 날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