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전역에 ‘미사일 공격’ 감행
쿠르스크 북한군 위협등에 도움 기대
미국 에이테큼스(ATACMS) 미사일 [로이터]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000일을 맞은 가운데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가로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러시아에선 3차 대전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대부분 지역에서 우세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이 너무 늦었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장거리 미사일을 당장 사용한다고 해도 전쟁 흐름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사용을 제한해온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사용하도록 허가했다고 전날 보도한 바 있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러시아 접경 지역인 쿠르스크에서 러시아와 북한군 타격에 우선 사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우크라이나가 전선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이 내려진만큼 하룻밤 사이에 큰 변화가 생길 리 없다는 의견이 많다.
병력과 무기가 부족한 우크라이나와 달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을 점령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8월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를 기습 공격하는데 성공했지만, 우크라이나 병력이 쿠르스크로 분산되면서 동부 방어력은 약해졌다.
러시아가 이미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공격을 하고 있다는 점도 회의론에 힘을 싣고 있다. 가디언은 “러시아는 전쟁 내내 우크라이나 전역을 폭격할 수 있었다”면서 “반면 우크라 키이우에는 러시아 침공 이전에 장거리 미사일 시스템이 없었고, 현재도 미사일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도 러시아는 2일 연속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인 오데사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16일에는 오데사 이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역 에너지 시설에 미사일 120발과 무인기(드론) 90기를 동원한 대규모 공습을 가하기도 했다.
장거리 미사일이 쿠르스크 등 일부 지역에 제한될 경우 러시아 공격이 쉽지 않다는 점도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쿠르스크까지 직선거리는 약 100㎞, 모스크바는 약 400㎞다. 에이태큼스는 최대 사거리가 300㎞로, 쿠르스크 방어에는 효과적이나 러시아 내부 깊숙히 침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디언은 “설령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에이태큼스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더라도 전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제니퍼 카바나그 군사 분석가는 AP통신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타격을 입히려면 에이태큼스를 대규모로 비축해야 하는데, 미국에서도 공급이 제한돼 (대규모 비축)은 안될 것”이라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크라이나 병력도 부족한 상황인데, 미국과 유럽이 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장거리 미사일 허용을 반기지만 너무 지연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올렉시 곤차렌코 우크라이나 유럽연대당 의원은 “수천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사망했고 전쟁이 1000일이나 걸린 상황에서 미사일 사용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면서도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결정인만큼 (미국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NYT는 “일부 우크라이나인들은 미사일 허용이 이뤄진 것이 아닌 것보다 낫지만, 너무 늦어졌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장거리 미사일이 쿠르스크를 타격하면 북한의 러시아 추가 파병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조지 배로스 미국 전쟁연구소의 우크라이나 전문가는 가디언에 “북한을 직접 위협하는 일이 가치 있을 수 있다”며 “북한이 러시아에 10만명까지 파견할 의향이 있다는 보도도 있는데, 미사일이 더 많은 병력을 파견하지 못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본토 공격을 제한할 수 있고, 휴전 협상시 억제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AP는 분석했다. 익명을 요청한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NYT에 “장거리 공격 능력이 커질수록 우크라이나를 방어할 수 있고 이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