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69.0·표준주택 53.6%
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도입 전인 2020년 수준으로 2년 연속 동결한다. 내년 공시가격은 시세 변동만 반영하게 되는 셈인데 올 들어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서울 강남권 등 주요 수도권 지역 소유주들의 보유세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19일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부동산 가격공시를 위한 현실화 계획 수정방안’을 보고했다. 정부가 지난 9월 공시가격 균형성을 높이기 위한 부동산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연내 부동산 공시법 개정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동결’이라는 임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등을 부과하는 기준으로, 시세반영률은 공시가격이 시세를 어느 정도 반영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과 부동산 시세 간 격차를 줄여 조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며 공시가격을 2030년(공동주택 기준)까지 시세의 90% 수준으로 높이는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세반영률이 높아지며 집값 상승기에는 집주인들의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하락기에도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높아져 세금을 더 내야하는 부작용이 나타나자 현 정부에선 현실화 로드맵을 폐기하겠다고 밝혀왔다.
애초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대로라면 내년 시세반영률은 ▷공동주택 78.4% ▷표준주택 66.8% ▷표준지 80.8% 등이지만 정부는 이를 각각 ▷공동주택 69.0%(9.4%포인트 감소) ▷표준주택 53.6%(13.2%포인트 감소) ▷표준지 65.5%(15.3%포인트 감소) 등으로 수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현실화 계획 수립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시세반영률을 2023년(공동주택 69.0%)부터 3년째 고정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 같은 동결 배경에 대해 “물가 상승, 가계부차 증가 등 국민적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기존 현실화 계획이 규정하고 있는 시세반영률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부동산 가격의 변화가 없더라도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 보유세·부담금 증가, 복지 수혜 축소 등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에 담은 ‘균형성 제고방안’을 내년도 공시에 최대한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시군구 단위로 조사자가 입력한 공시가격안을 평가하고, 균형성 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곳은 심층검토지역으로 선정한다. 이어 심층검토지역을 중심으로 균형성이 낮은 부동산을 선별해 공시가 균형성을 개선한다. 이러한 균형성 제고 결과를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가 최종 검수하고, 국토부가 공시가격 열람안을 확정하는 식이다.
이번 수정방안에 따라 산정된 내년도 최종 공시가격은 올해 말 부동산 시세를 반영해 내년 초 결정될 예정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공시제도의 안정성 확보, 국민의 경제적 부담 경감, 국민의 혼선과 불편 방지 등을 위해서 2025년 공시를 위한 기존 현실화 계획이 수정이 필요하다”며 “합리화 방안이 조속히 적용될 수 있도록 현재 국회에 상정된 부동산 공시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