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회의론’ 케네디 지명에 美 보건의료계 긴장…“미입증 정책 추진하면 어쩌나”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 홍보 등 부정적 영향 우려
백신 회의론자 케네디, “소아 백신이 자폐 유발” 주장하기도
WSJ “케네디 지지, 펜데믹 방역에 분노한 대중 심리도 한몫”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로버트 F. 케네디 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HHS) 장관으로 지명하자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신 반대를 외쳐온 케네디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보건 정책을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케네디가 보건부 수장으로 지명되자 보건 당국의 지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가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홍보하고, 백신 회의론자를 예방 접종 자문 위원회에 임명할 경우 ‘제2의 코로나 펜데믹’ 발생시 정부 방역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케네디 지명자는 소아 백신이 자폐를 유발한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코로나 백신을 옹호하는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 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겨냥한 책을 내기도 했다.

그의 인선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미 식품의약국(FDA)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케네디 지명자는 FDA를 비판하며 부패한 시스템에 속한 직원을 해고할 것을 예고했다. 그는 “공중 보건에 대한 FDA의 전쟁이 곧 끝나갈 것이다”며 “여기엔 환각제, 펩타이드, 줄기세포, 생우유, 고압 산소 요법, 킬레이트 화합물, 이버멕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비타민, 깨끗한 음식, 햇빛, 운동, 건강 보조 식품 및 인간 건강을 증진하지만 제약사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모든 것에 대한 공격적인 억압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케네디 지명자는 자신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될 경우 첫 업무로 시리얼 회사에게 모든 색소를 식품에서 제거하도록 지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WSJ는 “식품 업계 관계자들은 케네디 지명자가 위험하다고 지적하는 일부 식용 색소와 화학 물질이 소량으로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거나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가 에이즈(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의 원인이 아니라는 등의 입증되지 않은 그의 주장에 많은 이들이 우려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가 그를 지명한 것은 그의 충성심 외에 대중적인 지지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방역 지침이었던 외출 제한과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등으로 축적된 시민들의 분노가 선거에서 그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고 다시 트럼프에 대한 표심으로 이어졌다고 WSJ는 지적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의료과학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10월 퓨 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에 과학자에 대한 신뢰가 거의 또는 전혀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27%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 1월의 13%에서 두 배 이상 상승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 병원의 전염병 의사인 폴 오핏 박사는 “과학은 진실의 원천으로서 자리를 잃고 있다”며 “그저 하나의 의견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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